[정치] 구독자 10만으로 야당 접수? '강용석 100만'도 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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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입당으로 본 팬덤과 정당 헤게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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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주최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 토론회에 전한길(오른쪽)씨가 연사로 참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해온 전씨의 입당으로 국민의힘에선 “전씨를 품어야 한다” “극우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논쟁이 거세다. [뉴스1]

특정 집단이 당원 가입으로 정당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장악할 수 있을까.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전한길TV 시청자 10만 명이 당원으로 가입했다”, “구독자가 40만 명인데 우리가 들어가서 국민의힘을 바로잡자(고 말했다)”라고 주장해 제기된 의문이다. 국민의힘에선 당원 증가엔 큰 변화가 없다며 그저 일방의 주장일 뿐이라고 맞선다.

사실 이런 유의 논란은 주기적으로 제기됐다. 한때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팬클럽)’이나 ‘개딸(이 대통령 팬덤)’ 등의 영향력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실상은 어떨까.

전한길 “우리가 들어가서 국민의힘 잡자”
이론적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의 ‘사고실험’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일정 기간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각각 권리당원(월 1000원 6개월 이상)·책임당원(월 1000원 이상 3개월)이라고 부르며 당 결정에 참여할 자격을 준다. 2022년 3월 대선 경선 자료로 추산했을 때 국민의힘 책임당원 57만 명 중 36만 명이 투표했다. 이들이 3개월간 당비를 냈다고 가정할 경우 10억8000만원이다. 같은 시기 민주당의 권리당원 72만 명 가운데 70%가 투표했다고 하면 이들의 6개월 당비는 30억원 조금 넘는다. 강남 아파트 한 채 값 정도다. 박상훈 박사는 “권력에 야심이 있고 혐오로든 아첨으로든 여론을 자극하고 정당보다 자신을 추종하는 팬덤을 동원할 수만 있다면, 정당은 매입할 만한 투자 대상이 되었다”며 “누구나 여론을 움직일 힘을 가지면 정당을 장악할 수 있다”(『혐오하는 민주주의』)고 분석했다.

전씨의 경우가 그 시도의 하나일 것이다. 최근 특검에서 통일교 고위 간부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023년 국민의힘 전대를 앞두고 통일교인들의 당원 가입을 논의한 정황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전엔 정치권에서 “신천지가 특정 정당과 가깝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한 일이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했느냐는 그러나 다른 문제다. 돈은 어찌한다 해도 10만 명이 움직이는 일이 간단치 않아서다. 더욱이 전씨 유튜브 구독자의 상당수는 이미 정치적 활동을 할 개연성이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과거에도 구독자가 100만 명이라는 강용석 전 의원에게 정치적 영향력이 있을지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도 “누군가 집단적으로 정당에 들어간다면 표가 나는데 그 흔적을 보지 못했다”며 “과거에도 얘기는 있었지만, 승부를 바꿀 정도의 영향이 있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당직자는 “살짝 오염된 측면이 있겠으나 뿌리 깊은 걸 희석시킬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전씨의 주장에 부합하는 당원 가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국민의힘에선 말한다. 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대식 의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봤지만, 당원 증가 수치가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한 당직자도 “전씨의 입당이 공개된 이후 입당한 사람이 2000명 정도인데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설령 가입했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3개월 당비 납부 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정당 안에서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동원이든 자발적 참여 유도든 말이다. 대개 경선을 앞두고 많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출마자들 간 경쟁도 벌어진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2023년 7월까지 출마자들끼리 권리당원 모집 광풍이 불었다.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2024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있을 테니 그 전에 6개월 당비를 납부한 당원이 돼야 한다고 해서 2023년 7월 말이란 시한이 나왔다. 실제로 당원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많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정치컨설턴트는 “지역구엔 10개를 모집해서 넣으면 그중 진짜는 서너 개이고 나머지는 허수”라며 “지역구 경선은 모집단이 작으니 그런 숫자라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엔 그 이상이다. 이젠 ‘팬덤 정치’로 규정될 정도다. 2017년 민주당 당원 증가가 대표적으로 권리당원이 2016년 28만7000명에서 이듬해 83만40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국민의힘에서도 2021년 이준석 당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던 시기까지 당원이 27만 명에서 84만 명(현재 70여만 명)으로 급증했다.

야당 대표 경선 ‘어대문’ 주장 나와
이런 변화가 당심엔 어떤 영향을 줄까. 기존 당원이 수십만 명에 이르니, 특정 목적을 가진 이들이 당장 당심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가 민주주의를 장악할 수도 있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도 있다”(나심 탈레브)는 지적대로, ‘열정적 소수’에 의해 종국엔 바뀔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적 예로, 당내 소수파였던 그와 그 지지자들이 지금 민주당의 절대적 힘이 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 다수파의 상당수는 ‘투항’하고 일부는 당 밖으로 이탈했다. 일종의 집단극화 과정이다.

국민의힘의 당심은 그 정도로 쏠리진 않았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6(김문수) 대 4(한동훈)로 갈렸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도 그럴까. 한동훈 전 대표의 불출마로 친윤계를 중심으로 ‘어대문(어차피 김문수)’란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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