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李 "말 참 이상하게 하시네"…오산 옹벽사고 답답해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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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시장님, 말씀 참 이상하게 하시네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주재한 집중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에서 이권재 오산시장을 향해 한 말이다. 이날 회의는 집중 호우로 경기도 오산시의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해 1명이 사망한 사고 발생 이틀 뒤 열렸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등 정부 부처 책임자가 현장에 배석하고 김동연 경기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오 시장을 비롯한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이날 회의를 참관한 한 인사는 24일 중앙일보에 “이 대통령이 사고 당시 상황을 알기 위해 ‘윗 도로와 아래 도로 사이에 옹벽이 있다는 건데, 윗 도로는 통제하고 아래 도로는 통제 안 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질문했다”며 “여기에 오산시장이 딱 떨어지게 쉬운 말로 답을 하지 않고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자 답답한 기색을 보이던 이 대통령이 ‘말씀 참 이상하게 하신다’고 지적했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점검회의 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사고 전후 관계를 이 대통령이) 꼼꼼히 물어봤다”고만 설명했지만 실제 회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는 “대통령이 오산시장에게 질문하다가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니, 유재성 경찰청 차장에게 도로 통제 관련 내용을 질문했다”며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로 보였다”라고 했다. ‘인재(人災)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이날 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재난 대응에 단호한 이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정치적 입지를 도약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곤 했다.

대표적인 게 경기지사 시절 코로나19 대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변곡점을 지나던 2020년 3월 2일 당시 경기도를 이끌던 이 대통령은 노란 점퍼와 방역 마스크 차림으로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을 기습적으로 찾아갔다. 수십 명의 경찰과 소방·보건 인력을 이끌고였다.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에 육박하는 상황 속에서 감염 확산 주원인이 신천지 대구 교회로 지목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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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도 가평 신천지 연수원을 기습한 모습.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역학조사를 거부하고 있죠. 역학조사 거부죄에 해당합니다. 우리 공무원들이 필요한 시설 들어가서 조사와 진찰 요구할 수 있죠. 경찰 쪽 지원 좀 해주시고요. 여기 말고 통로가 딴 데도 있습니까?”

이렇게 이 대통령이 현장 지휘를 하면서 당시 ‘신천지 급습’은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성남시장이던 2014년 10월 17일에는 환풍구 참사가 있었다. 성남 분당 야외공연장의 환풍구 철제 덮개 위에서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던 27명이 덮개 붕괴와 함께 10m 아래 지하 주차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공연 주관사와 안전 관리 담당 기관, 공사업체 등의 책임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이때도 분당구청에 경기·성남 합동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밤샘 대응을 했다. 그 결과 사고 발생 57시간 만에 유가족과의 합의를 끌어냈다. 성남시 고문변호사의 법률 상담, 정신건강증진센터의 트라우마 치료, 미성년자 유가족의 생계비와 장학금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였다.

다만,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 커진 만큼 재난 대응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이 폭우로 쓰러져가고 있을 때 이 나라의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감자전을 먹으면서 ‘무슨 파냐, 우리는 현장파’라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비서실장과 함께 만찬을 한 걸 꼬집은 것이다. 송 위원장은 “재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라고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강력히 얘기했다”며 “과연 이 나라의 재난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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