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수욕장 구조대원 이러니 안하지…목숨 걸고 구해도 일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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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 민간 수상구조대원 20여명이 지난 24일 인명구조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 이은지 기자

해수욕장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익수자를 구조하는 수상구조대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하루 9시간씩 불볕더위 아래 목숨 걸고 일하지만 임금은 최저시급을 받고, 공직 채용 시 가점도 부과되지 않아서다.

일당 9만2500원·월급 250만원 불과…해운대 정원 겨우 채워 

지난 24일 전국 최대 피서지인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20여명의 수상구조대원이 30도가 넘는 땡볕 아래 구조 훈련을 받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바다에 뛰어들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고, 육지에서 고강도 체력단련을 한 뒤에야 훈련이 끝났다. 1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순찰을 하며 입수객 계도 활동을 한 뒤에야 일과가 끝났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받는 일당은 9만2500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1500원 정도로 최저임금 1만30원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주 5일 근무 기준 세전 월급은 250만~260만원에 불과하다. 이날 만난 정우성(19)씨는 “열정페이를 받고 있다”며 “단기간에 수영 실력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만 생각하면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우가 열악한 탓에 올해도 가까스로 정원을 채웠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65명, 송정 해수욕장에 35명까지 합쳐 올해 100명 규모로 민간 수상구조대를 꾸렸다. 구조대원의 95%는 부산·경남 지역 체육학과나 레저학과 출신 대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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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 민간 수상구조대원 20여명이 지난 24일 육상에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은지 기자

2015년부터 지자체서 해수욕장 안전관리…강원도 정원 못 채워

해수욕장 안전관리가 지자체로 이관된 2015년부터 민간 수상구조대가 대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땜질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교가 많지 않은 강원도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강원 양양군은 올해 21개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안전요원 99명을 모집했지만, 85명만 선발했다. 강원 고성군도 150명 채용 계획에 142명만 충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 김주현 팀장은 “개장 기간만 고용되는 임시직이어서 기간제 근로자 임금 기준에 따라야 한다”며 “수상구조대원이나 쓰레기 줍는 알바생의 임금이 똑같다 보니 한 해 일하고 다시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상구조대원의 70%가 신입이다 보니 안전사고마저 우려된다. 학교 선배의 요청으로 올해 처음 지원한 최모(21)씨는 “수영을 배운지 3개월 정도 됐다”며 “훈련을 매일 2시간~4시간씩 받고 있는데 익수자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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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 민간 수상구조대원 20여명이 지난 24일 인명구조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 이은지 기자

전문가들 “상시 고용하고 훈련장 만들어서 전문화 꾀해야”  

전문가들은 수상구조대원을 상시 고용 체계로 바꾸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훈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운대구 민간 수상구조대를 창설하고 11년째 이끌고 있는 서민정(52) 구조대장은 “민간구조대를 임시직이 아닌 정규 인력으로 상설화해야 근무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며 “업무 강도에 맞춰 임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 수영에는 오리발이 필요하고 저체온증 방지를 위한 슈트 등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 구조 자격증은 실내에서만 훈련이 이뤄지고, 장비를 착용하는 경우도 없다”며 “오래된 해운대관광안내소를 리모델링해서 지하에 전문 훈련장을 만들고, 바다 안전사고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조직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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