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승절' 자축한 北…한·미 비난 없이 수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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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른바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맞아 평양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년 연속 연설하지 않았고, 북한 매체도 원색적인 대미·대남 비난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전승 72돌에 즈음하여 7월 26일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참전열사묘를 찾았다"라고 보도했다.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이 전승절을 맞아 전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위대한 전승 세대가 가장 엄혹한 국난에 직면해서도 가장 큰 승리와 영광을 안아온 것처럼 우리 국가와 인민은 앞으로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나선다 해도 용기백배하여 과감히 뚫고 넘으며 반드시 부국강병의 대업을 성취할 것이며 반제반미대결전에서도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지난 1973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고, 96년부터는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격상해 매해 기념한다. 다만 올해는 전날 전승절을 경축하는 평양시청년학생들의 야회(무도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되는 등 일부 행사가 진행됐지만, 성대한 기념 행사를 열거나 김정은이 직접 연설에 나서지는 않았다. 김정은은 2020년, 2021년에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데도 행사에서 연설했고, 2023년부터 3년째 연설하지 않고 있다.
기념관을 찾은 김정은이 발언에서 '반제반미대결전'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비난 수위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2022년 전승절 기념행사 연설에서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을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26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2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사설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를 타승한 것으로 하여 우리 인민의 위대한 명절"이라고 강조했지만, 기존처럼 원색적으로 대미·대남 비난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대화 재개 등을 염두에 두고 지나친 긴장 촉발은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 언론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소통하는 데 여전히 개방적"이라고 답했다. 대북 관여 기조는 여전하지만, 최종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도 다시 명확히 한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승리 72돌 경축행사 준비사업이 당과 국가의 깊은 관심 속에 적극 추진됐다"며 평양 거리들이 '황홀한 불장식과 직관물들'로 이채롭게 단장됐다고 선전했다. 노동신문=뉴습
김정은은 전승절을 맞아 6·25전쟁 참전 중국군을 추모하는 우의탑도 찾았는데, 북한 매체가 이를 간략히 보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북·중 친선의 상징으로 꼽히는 우의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기 위해 1959년 평양 모란봉 기슭에 세워졌다.
김정은은 우의탑에 헌화하며 "조국해방전쟁의 위대한 승리사에 아로새겨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전투적 위훈과 공적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적 수식어인 '혈맹'이나 '북중 친선관계 발전'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의 보도는 4줄 뿐이었다. 북·중 간 균열이 증폭했던 지난해 김정은의 전승절 우의탑 헌화 때도 북한 매체는 9줄로 보도했는데, 이보다도 짧은 것이다. 최근 북·중 간 무역량과 인적 교류가 다시 늘어나는 등 관계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만, 지도부 차원의 불편한 기류는 아직 여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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