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중 견제, 믿을 건 韓 뿐"…한미 '조선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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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한·미 관세 협상의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조선업 협력이 정부의 막판 협상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에 대비해 인도·태평양 해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해군력 증강에 몰두하는 가운데 특히 정치·안보적 신뢰가 요구되는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즉각 협력이 가능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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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美 조선 분야 관심 확인" 

대통령실은 26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간 전날 회담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조선업을 특정한 건 해당 분야를 한·미 간 담판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한두 마디 잠깐 대화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조선 협력에 많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함정·항공기·군수지원선박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MRO 사업은 군사 작전의 핵심 인프라이자 본질적으로는 안보 영역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투함 등의 MRO는 민감한 군사 기밀 등 정보 노출이 있을 수 있고, 전쟁 수행 능력의 일부로 간주된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동맹에게만 맡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세계적 수준인 동맹의 함선 수리 역량을 활용해 미 해군의 작전 효율성을 향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MRO 동맹'이 해상에서 중국을 제압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을 MRO 협력의 거점으로 삼아 해상에서 중국 견제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현재 중국은 해군 함정 수를 약 400척까지 늘리며 280여 척 수준인 미국을 수적으로 앞지르는 등 해군력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침체된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과 조선 협력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실제 협력도 차츰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과 11월, 그리고 지난 8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연달아 수주했다. 조선 분야 외에도 지난 22일에는 한국 방산업체가 미 육군 치누크 헬기 MRO 시범 사업에 선정되는 등 전방위로 협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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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정비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출항시켰다고 밝혔다. 4만t(톤)급의 월리 쉬라호는 6개월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선체·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전반적인 정비 작업을 받았다. 사진은 월리 쉬라호의 정비 전(아래)과 후. 한화오션=연합뉴스

"대중 견제와 맞물려…입장 선명해야" 

다만 MRO 사업을 포함한 대미 조선업 협력은 결국 중국의 해양 패권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구상과 본질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한국도 보다 분명한 입장을 설정해야 관련 협력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MRO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정도이고 기술력과 경험 면에서 한국이 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 구상에 얼마나 명확히 부응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입장에 따라 ‘패키지 딜’의 방향과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지난 25일 안보와 통상을 연계한 '패키지 딜'에 대해선 "안보 분야 패키지 협의가 다른 분야보단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할 순 있겠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건 안보 분야의 안정적인 에너지가 타 분야에 선순환적 효과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나 관세 분야 협의는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면서다.

이는 정부가 승부를 건 패키지 딜 전략이 쉽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볼 여지가 있다. 남은 협상 기간 조선업 협력이나 국방비 인상 등 안보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강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부각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도 오는 31일쯤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할 계획이다. 조 장관이 직접 관세 협상에 관여하진 않지만, 안보와 통상이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동맹 전반에 대한 논의가 관세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와 관세 협상을 벌이고 여기에 참모진이 대거 동행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뒤인 30~31일 사이 한국 협상팀은 25% 상호 관세 발효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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