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5:0…‘친미’ 라이 총통 불신임 투표된 대만 ‘친중’ 야당의원 파면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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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주민소환(리콜) 투표에서 생환한 입법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 대만에서 실시된 친중국 성향의 야당 국민당 입법의원 24명과 민중당 소속 신주(新竹) 시장에 대한 파면(리콜) 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친미반중 기조의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여소야대 구도를 뒤집기 위해 시도한 승부수가 야당이 주도한 여당 불신임 프레임에 패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성향의 대만 연합보는 27일 “라이 총통과 민진당에 대한 불신임 투표와 다름없었다”라며 “라이 행정부가 직면한 여소야대의 정치적 압박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표에 앞서 민진당의 커젠밍(柯建銘) 원내대표는 “적어도 6명의 국민당 의원을 소환해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25:0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대만 유권자는 이날 야당 대신 여당을 심판했다. 우선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다. 윈린(雲林)현과 타이둥(臺東)현만 투표율이 50%에 못 미쳤을 뿐 나머지 모두 52~60%를 기록했다. 역대 파면투표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권자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야당 의원 8명은 지난해 총선 당선 표보다 더 많은 득표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리콜 운동과 이를 주도한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대만 언론은 분석했다.

야당은 라이 총통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오늘 투표는 대만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증명했다”며 “라이 총통은 충심으로 대만 인민에게 사과하고, 더는 이분법에 기대지 말라”고 압박했다.

신주시 시장을 지켜낸 제2야당 민중당의 황궈창(黃國昌) 주석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황 주석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증오를 조장하는 악랄한 리콜운동을 주도한 라이 총통은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행정부 중립을 위반한 내각은 즉시 사퇴하고 전면 개각을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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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친중 성향의 야당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친여 성향의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라이 총통은 이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결과는 어느 한쪽의 승리도, 다른 쪽의 패배도 아니다”라며 “투표 결과를 모두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권자와 민의 대표에게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헌정제도는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투쟁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며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야당의 내각 총사퇴 주장에는 “여야 정당이 입장과 사회 각층과 관계없이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헌법 체제, 우리의 국가를 수호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차이잉원 전 총통도 이날 페이스북에 “시민들이 주도한 민주 운동이 대만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주목할 진전이었다”라며 “모두가 라이 총통과 집권 여당을 계속 지지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중국은 리콜투표 결과를 환영했다. 국무원대만판공실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내고 “민진당 당국은 ‘가짜 민주, 진짜 독재’의 위선적 모습을 충분히 드러냈다”며 “투표 결과는 민진당의 정치적 조작이 섬 내 민심과 여론에 완전히 위배되며 민심을 얻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이번 리콜투표를 무산시키는 데는 장제스 총통의 손자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 루슈옌(盧秀燕) 타이중 시장,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 시장, 장산정(張善政) 타오위안 시장 등 국민당 지자체장의 공헌이 컸다. 이들은 내년 말 지방선거와 오는 2028년 1월 총통 선거를 겨냥해 계속해서 민진당을 견제할 전망이다.

한편, 마잉주 전 총통은 “민중이 중요한 시간에 지혜를 발휘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대만의 이익에 반하는 ‘반중’ 노선을 거부했다”며 “증오 정치에 반대하고, 대만해협의 평화를 바라는 것이 대만에서 가장 진실하고 가장 강력한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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