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중 ‘에어택시’ 두바이 날고 상하이 뜨는데…한국은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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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하늘에서 ‘에어택시’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들이 각국 도심의 하늘을 날며 내년 초 상용화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통신3사·현대차 등이 꾸린 UAM 컨소시엄들의 사업 진척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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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 에비에이션의 '에어택시' 기체. 조비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조비 홈페이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UAM 기업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조비)은 뉴욕 거래소에서 18.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최저점(5.33달러)을 기록한 4월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주가가 240%나 상승한 것이다. 22일 조벤 비버트 조비 CEO가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조비는 이르면 올해 말 두바이에서 에어택시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고, 내년엔 미국 내 상업 서비스가 목표다. 조비는 올해 UAE(아랍에미리트)에 처음으로 에어택시를 인도했다. 두바이 당국과 협약을 통해 향후 6년 간 두바이 내 독점 운영권도 확보했다.

그 사이 또 다른 UAM 기업인 중국의 이항(EHang)은 상하이 도심에서 에어택시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태국 방콕서 첫 유인 시험비행을 마친 이항의 기체는 조종사 없이 승객 2명을 태울 수 있는 완전 자율비행 방식이다. 최근 광저우와 허페이로 시험 운행 지역을 확장한 이항은 연말까지 제한 구역 내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UAM, 왜 중요해

UAM은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에서 대중교통, 물류, 관광업을 혁신할 산업으로 꼽힌다. 기체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긴 활주로가 필요 없다. 전기로 운행해 친환경적이고, 헬기보다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UAM 시장 규모가 올해 50억달러(6조8880억원)에서 2032년 146억달러(20조11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6.6%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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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유인 시험 비행을 마친 중국 이항의 기체. 사진 이항 홈페이지

지지부진한 K-UAM, 왜 

속도를 내는 미·중 두 기업과 달리, 국내 UAM 업계 분위기는 어둡다. 한국공항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꾸린 SK텔레콤은 2023년 6월, 조비에 1억달러(1300억원)를 투자해 지분 약 2%를 확보했다. 현재 조비 시가총액(152억3000만달러)의 2%가 3억 달러임을 고려할 때 2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사업 계획에서 UAM의 우선순위는 계속 밀려나는 형국이다. SKT 관계자는 “최근까지는 유심 해킹 사태 수습과 AI 사업이 더 우선순위였다. 조비 투자는 성공적일 수 있지만, 시장 환경을 고려해 UAM 사업 진행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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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CES 당시 'SK ICT 패밀리 데모룸'에서 기념 촬영하는 유영상 SKT 사장(왼쪽)과 조벤 비버트 조비 에비에이션 CEO. 사진 SKT

현대차가 기체를, KT가 통신 인프라를 담당하는 ‘K-UAM 원팀’ 컨소시엄은 사업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2021년 현대차가 에어택시 기체 개발을 위해 미국에 설립한 ‘슈퍼널’은 지난달 전체 직원의 8%인 53명을 해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기업 상황에 따라 인원을 감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카카오모빌리티아 손잡은 UAM 컨소시엄 역시 카모가 최근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 사업에 속도를 낼 여유가 없어진 상황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인프라 지원 및 제도 정비 등이 미흡한 상황에서 미래 기술인 UAM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기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 컨소시엄들이 공용으로 활용할 최소한의 인프라라도 지원해줬으면 하는데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리스크는 다 기업이 져야 할 몫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드론과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정부도 2021년부터 주요 시범 도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저고도 공역 제한 완화,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이승제 교수는 “UAM은 사업 속도가 더뎌도 안전성과 안정성 둘 다 담보돼야 한다”면서 “항공기처럼 기체 안전성을 정부가 인증하고 운항 기준과 법령을 정비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전남 고흥에서 1단계 개활지 실증을 진행했고, 올해 하반기 내 준도심인 인천 아라뱃길에서 2단계 실증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주항공청은 UAM을 포함한 AAV(Advanced Air Vehicle, 미래항공기) 사업 추진을 위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관중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중 기업들이 완벽하진 않아도 내년에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국내 사업도 속도가 붙을 수 있고, 그 사이 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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