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담배만큼 나쁜 중독 없어"…'500억대 담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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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지난 5월 22일 담배 소송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11년째 진행 중인 500억 원대 '담배 소송'과 관련해 국민 150만 명의 지지 서명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 서명 운동에는 애초 목표였던 100만 명을 넘어선 150만3668명이 참여했다. 서명에는 "폐암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왜 담배회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책임지지 않는가"와 같은 시민 의견이 담겼다.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들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목소리"라고 밝혔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1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서명은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에 지난 25일 제출됐다. 이와 함께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의 진술서도 전달됐다. 정 이사장은 진술서를 통해 담배의 중독성과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담배가 마약보다 중독성이 약하다"라거나 "쉽게 금연이 가능하다"는 담배회사 측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담배와 암 발생 간 인과 관계나 중독성 문제는 의학 분야에서 증명을 더 요하지 않는 공리(公理)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는 '담배흡연에 의한 급성 중독' 등 흡연 관련 상병 코드가 17개 등록돼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검증된 흡연 유발 질환은 식도암 등 45개에 달한다. 정 이사장은 "개인 건강에 담배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 중독 물질은 찾기 어렵다"며 "건강보험 재정 지출에 미치는 부담도 연간 3조8000억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배와 인과관계가 가장 강한 소세포폐암에 걸린 환자 98.2%가 흡연이 유일한 원인이라는 학회 자료가 있다"며 "만일 피고 주장처럼 담배가 원고 측 피해자들에게 폐암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들 98.2%는 무엇 때문에 폐암에 걸렸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2014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533억원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진료비)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공단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상자들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 습관, 가족력 등 흡연 외의 다른 위험 인자가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선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3465명 중 1467명은 흡연과 함께 폐암의 원인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원인조차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이들 중 단 1명도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의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진술서를 마쳤다.
정 이사장은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범국민 지지 성명을 계기로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였다는 게 입증됐다"며 "이제는 재판부의 역사적인 판결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숫자로 보는 담배소송 인포그래픽. 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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