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2일간 400㎞ 왼발로 걸어 APEC개최지 경주 밟은 '왼발박사&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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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앞에 도착한 '왼발박사' 이범식씨가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김정석 기자

“저의 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이 혼자만의 외침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길이 되길 바랍니다.”

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오는 10월 말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창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이곳에 난데없이 레드카펫이 길게 깔렸다.

무더위 뚫고 종착지 HICO 무사 도착

레드카펫의 종점에 마련된 단상에 한 중년 남성이 마이크 앞에 섰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주황색 형광 조끼를 입은 이범식(60)씨였다. 20대 초반이었던 1985년, 고압 전기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감전 사고로 양팔과 오른 다리를 잃은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만학도로 대학교에 진학해 직업 재활 이학박사 학위를 따 ‘왼발박사’로 불린다.

그는 지난 7일 광주광역시 무등산을 출발해 무려 400㎞에 걸친 도보 종주를 거쳐 22일째 되는 날 이곳 경주에 닿았다. 이날 경주의 낮 최고기온은 37.2도까지 치솟았지만, 이씨는 마지막 날까지 뜨거운 뙤약볕을 마다하지 않고 길을 걸었다. 오후 2시쯤 이씨는 HICO 앞에 기다리고 있던 인파의 환영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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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 도착한 '왼발박사' 이범식씨(왼쪽 두 번째)가 배우자와 함께 주낙영 경주시장(맨 오른쪽).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의 환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경주시는 이날 HICO 광장에서 주낙영 경주시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도의원, APEC범시도민지원협의회, 경주시장애인단체협의회, 시민 동행 서포터즈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씨의 완주를 축하하는 환영 행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지난 22일간 왜 걸어 왔느냐 묻는다면 결코 걷고 싶어서 걸었던 것은 아니다 ”면서도 “경주 APEC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연결’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국민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다면 이번 행사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빛고을 광주에서 서라벌 경주까지 걸었다”고 말했다.

“국민 마음과 마음 연결 위해 걸어”

이어 “이번 도보 종주의 목적은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과 동서 지역 간의 화합,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며 “나의 걸음 걸음이 불가능을 넘어 희망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환영식 마지막 순서로 이씨는 도보 종주를 함께한 의족으로 이번 종주의 성공을 기념하는 풋 프린팅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7일 광주 무등산을 출발해 담양, 순창, 함안, 거창, 합천, 고령, 대구, 경산, 영천 등 10개 지자체를 거쳐 이날 경주 HICO에 도착했다. 이 박사는 22일간 400㎞에 이르는 여정을 오롯이 걸으며 ‘왼발의 기적’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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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앞에서 열린 '이범식 왼발박사 APEC 성공기원 도보종주 환영식'에서 이범식씨가 도보 종주를 기념하는 풋 프린팅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특히 마지막 경주 구간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 응원에 나섰고 동행 서포터즈 80여 명을 비롯해 경주시의회 이락우 APEC지원특위 위원장과 시의원들도 도보에 동참해 완주에 의미를 더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 박사의 이번 도전은 장애를 넘어선 용기의 상징이자 지방도시 경주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APEC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며 “불가능에 맞서는 도전, 그리고 함께 걷는 연대의 힘이 진정한 변화를 만든다. 경주시는 이 박사의 의지와 열정을 이어받아 역대 가장 품격 있는 APEC 정상회의로 세계에 감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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