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벼락 맞은 산청 기상장비…인명피해多 지역, 정확한 강수량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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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제주시 밤하늘을 밝히는 번개가 치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시스
‘극한호우’가 퍼부은 지난 19일,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과 단성면에 있는 기상 관측 장비가 고장 나 이날 두 지역 정확한 일일 강수량을 알 수 없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기상청은 “낙뢰(벼락)로 인한 장비 고장”으로 보고 있다.
기상 장비가 고장 난 산청읍·단성면은 이번 폭우로 각각 8명, 2명이 사망한 곳이다. 부상자 4명(산청읍)까지 더하면 사상자가 14명에 이른다. 실종자 1명을 뺀 산청 전체 호우 사상자 18명 중 14명이 발생했지만, 정작 두 지역의 강수량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7번 낙뢰 친 산청…기상청 “낙뢰로 장비 고장”
28일 기상청이 공개하는 상세관측자료를 보면, 지난 19일 오후 2시 10분부터 20일 낮 12시 9분까지 약 22시간에 걸친 ‘산청 지점(산청읍)’의 강수량 통계가 나오지 않는다. 이 지점의 관측 주기는 ‘분 단위’로, 강수량 등 관측 자료를 거의 실시간 기상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중이다. ‘단성 지점(단성면)’도 19일 오전 4시 18분~20일 오후 1시30분 사이 일부 시간대를 제외한 관측 자료가 없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지리 해발 138.22m 고도에 설치된 '산청' 지점 기상 관측 장비 모습.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로, 여기서 관측한 자료는 해당 지역 날씨를 대표하는 값으로 활용된다. 안대훈 기자
이 지역 기상 장비를 관리·운영하는 부산지방기상청은 “19일 낙뢰 때문에 산청·단성 지점 장비가 고장 나 다음 날 장비 복구가 되기 전까지 관측 자료가 누락된 상태”라고 했다. 당시 낙뢰로 전원 공급이 차단돼 센서에서 측정한 기상 데이터를 관측 자료로 변환·저장하는 ‘데이터 로거(자료처리부)’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부산지방기상청 설명이다.
실제 이날 하루에만 산청 전역에 내리친 낙뢰는 207회에 달했다. 지난해 7월 한 달 내내 발생한 낙뢰 328회의 63.1%가 하루 만에 몰아쳤다.
비상전원장치 ‘먹통’ 됐나?
자동기상관측망인 산청·단성 지점에는 비상전원공급장치도 있었지만,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로거는 일정 기간 관측 자료를 저장장치에 자체 보관할 수 있는데, 기상청이 다음 날 장비를 다시 작동한 이후에도 고장 난 기간의 관측 자료가 복구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한 도로가 물에 잠기자 비상등을 켠 운전자들이 차를 돌리고 있다. 안대훈 기자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자료 재전송을 통해 자료를 복구하는 시스템이 있어 최대한 복구하려 했는데, 데이터 로거에 전원이 아예 끊기면서 (센서에서 데이터 로거까지) 자료가 안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 19일 산청·단성 지점의 일일 강수량은 현재까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지자체가 밝힌 닷새 동안(16일 0시~20일 6시) 산청 누적강수량인 798㎜는 ‘시천 지점(시천면)’ 관측 자료를 쓴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좁은 범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 호우의 경우, 관측 지점별로 강수량 수치가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산청 지점은 이날 0시부터 장비 고장 전(오후 2시 기준)까지 누적 강수량이 352.8㎜로, 같은 시간 직선거리로 15~20㎞ 떨어진 지리산(329.5㎜)·시천(272㎜) 지점보다 많았다. 부산지방기상청 또 다른 관계자는 “호우 같은 경우 국지적으로 (강수량) 차이가 많이 나서, (시천면 등의 자료가) 산청읍 자료를 딱 대체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양천강으로 떠내려 온 소를 마을 주민들이 건져내려 준비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관측자료 누락돼 ‘7월 최다일강수량’ 갱신 안 돼
한편, 이번 장비 고장이 난 산청 지점은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로, 이를 통해 관측된 자료는 산청 지역 날씨를 대표하는 값으로 쓰인다. 하지만 지난 19일 강수량 관측 자료가 상당수 누락되면서 역대 7월 중 가장 많은 ‘최다일강수량’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기상청 고시인 ‘기후자료 통계의 종류 및 방법’상 “통계처리는 통계 기간 내에 자료량이 80% 이상인 경우에 산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간 산청의 7월 최다일강수량은 1987년 7월 15일 태풍 ‘셀마’ 내습 당시 287.3㎜였다. 지난 17일 관측된 289.2㎜ 강수량이 이를 앞질렀지만, 19일 장비 고장 전까지 강수량만 352.8㎜에 달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80% 이상이 관측 자료에 남아 있어야 그 값으로 인정을 하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그날 값은 일단 내부적으로는 제외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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