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수교 60년 행사참석 감사"…李, 이시바에 직접 편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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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에게 최근 한국 정부가 주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단일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타국 정상에 직접 서한을 보내는 건 다소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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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19일 도쿄의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주일 한국 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가 지난달 19일 도쿄에서 주일 한국 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쯤 직접 편지를 보내 사의를 표했다.

한·일 양국은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선 주한 일본 대사관이(지난달 16일), 도쿄에선 주일 한국 대사관이(지난달 19일) 연속으로 기념 리셉션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일정(지난달 16~18일)과 겹치는 바람에 일본 대사관 주최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축사로 갈음했다.

이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도 외교적 상호주의에 입각해 영상 축사만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 본인의 결정으로 G7 정상회의 참석 뒤 귀국한 이튿날 한국 대사관 주최 리셉션에 깜짝 등장했다. 캐나다에서 이 대통령과 첫 한·일 정상회담을 한 직후였다. 이시바 총리는 축사에서 "일·한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기에 더욱 서로 손잡고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자"고 말했다.

당시 리셉션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등 전·현직 총리 4명이 자리했다. 또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중의원 의장을 비롯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상, 나카다니 겐(中谷元) 방위상 등 현직 장관 6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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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주일 한국 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주일 대한민국대사관

이는 일견 서울에서 열린 일본 대사관 주최 리셉션에 우리 정부 고위급 당국자로서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만 참석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리셉션 직후 외교가에서 "일본이 이례적인 예우를 했다"며 우리 측의 조치가 미흡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다만 서울에서도 1000여명의 인사가 일본 측 리셉션을 찾았다.

한·일 당국 간 외교 채널을 통한 통상적 사의 표명을 넘어 이 대통령이 직접 편지까지 보낸 건 이런 일본의 성의에 화답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 결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계기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협력과 과거사·영토 문제)를 뒤섞을 필요는 없다"며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과거사 문제가 가로막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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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다만 이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형성한 이시바 총리는 지난 20일 참의원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에 몰려 있다. 버티고는 있지만, 차기 자민당 총재로 유력하게 꼽히는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후임이 된다면 한·일 관계에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일 정상 간 훈풍 분위기를 발판으로 셔틀 외교가 본격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직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은 올해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연내 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경주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다자 행사를 기회로 한·일 정상이 자연스럽게 상호 방문할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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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김현동 기자

이런 가운데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2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과 만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양국 협력과 셔틀외교 추진 방안 등을 협의하고 최근 타결된 미·일 통상 협상 경험 등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조 장관은 일본 방문 후 미국으로 향해 오는 31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처음으로 만날 예정이다.

통상 외교장관이 취임 후 미국 카운터파트와 먼저 접촉해온 관례와 달리 조 장관은 첫 통화 상대와 첫 출장지 모두 일본이 됐다. 조 장관은 지난달 24일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취임하면 미국부터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일본 방문 후에 미국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는 조 장관이 지난 21일 취임한 이후 루비오 장관과 첫 통화 일정을 잡기 어려웠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하며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한·중 양국이 고위급 교류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보다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가 먼저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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