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협상을 침대축구처럼 하더라"…K방산 중동 세일즈 뜻밖의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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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카타르 국왕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뉴스1

K방산의 중동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국가에 방산 수출을 타진하면서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각국이 무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것도 수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카타르 국왕과의 첫 정상 통화에서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국방·방산뿐 아니라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1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앞으로 국방·방산, 원전, 그린에너지 등의 실질 협력도 진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지난 8일 제1회 방산의 날에서 “무기 장사 소리 안 듣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뛰어보겠다”고 말한 뒤 중동국가 수반과의 통화에서 빠짐없이 K방산을 내세운 것이다.

한 방산업계 임원은 “최근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에선 안보를 위한 무기 수요가 많아 이 대통령도 방산 수출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분쟁 겪은 중동, 전력확보에 집중”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PIRI)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국가의 국방비 지출액은 2435억 달러(약 336조원)로 2023년보다 15%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803억 달러를 지출해 중동 국가 중 1위이자 전 세계 7위였다. 이어 이스라엘(465억 달러), 튀르키예(250억 달러), UAE(240억 달러), 카타르(144억 달러), 이란(79억 달러), 쿠웨이트(78억 달러), 이라크(62억 달러), 오만(60억 달러)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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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UAE에서 열린 한-UAE 연합 훈련에서 현지연합훈련단 장병이 K10탄약운반장갑차를 활용한 K9A1자주포 신속 탄약 재보급 절차를 UAE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사우디·UAE·카타르 등 친미 성향 국가들은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군사적 충돌을 가정한 억지력은 물론 실전 필요성에 따라서 무기 수입을 늘리는 추세다. 강은호 전북대 방위산업연구소장(전 방사청장)은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이란 분쟁을 보면서 전력 확보가 안 됐을 때 얼마나 나라가 비참해질 수 있는 제 눈으로 본 국가”라며 “중동은 우방국을 갖기 어려운 지리적 위치 탓에 안보 불안 요소도 있다. K방산으로선 진출 기회가 많다”고 분석했다.

전차·자주포 등 39%가 교체 필요

최근 중동은 미사일, 다연장로켓, 자주포 등의 지상 무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 등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주요 거점을 방어할 기동력 있는 타격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기존 장비 노후화로 교체 수요가 많다. 지난 3월 교보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4개국(이집트·사우디·UAE·이라크)이 운용 중인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 6088기 중 2350기(39%)가 노후화, 정비 불능 등을 이유로 교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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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해당 분야는 K방산이 강점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이미 한국은 K9자주포(튀르키예·이집트), 천무 다연장로켓(UAE·사우디), 천궁-II 미사일(UAE·사우디·이라크) 등을 수출했다. 최근 사우디·이집트는 현대로템의 K2전차에, UA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자주포에 관심을 표한 상태다. 중동 국가는 최근 공중 전력 현대화도 꾀하고 있다. KAI는 FA-50 경공격기(이집트), KF-21 전투기(사우디), 수리온 헬기(이라크·UAE)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중동국가의 관심은 K방산의 가성비와 관련이 깊다. 예컨대 천궁-II 미사일 한 발 가격은 15억원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 미사일(40억~6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국은 지상무기체계가 많지 않은 데다가 고성능 전투기는 중동에는 ‘과잉스펙’일 수 있다”며 “비서방국가인 한국 무기체계 도입 시 정치적 부담이 덜한 데다가, 기술협력과 현지생산체계 마련 등 부가적 요인도 선호도를 높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 국가의 ‘침대 축구’식 협상 전략을 우려하기도 한다. KAI는 2009년부터 UAE의 고등훈련기 사업에 공을 들이며 FA-50 수출을 타진했지만, UAE는 2022년 중국 L-15를 계약했다. 한 방산업체 임원은 “수년 간의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왕가가 막판에 방향을 틀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협상을 질질 끌기 때문에 생산계획 차질, 고정비 증가 등 부담이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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