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른바 ‘VIP 격노’ 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29일 해병대 특수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취재진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여부와 그에 따른 지시 내용 등을 묻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답만 남기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주미대사,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동안 국회 등 공식 석상에서 ‘VIP 격노’에 대해 부인해왔지만, 당시 회의에 함께 참석한 다수 인사들이 윤 전 대통령의 격앙된 반응을 목격했다고 증언함에 따라 조 전 원장의 진술 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회의에 국가안보실장 자격으로 배석했으며, 이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회의 직후 조 전 원장은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과 함께 윤 전 대통령과 별도 면담을 가졌고, 같은 날 수사 결과가 경찰에 이첩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은 이날 조사에서 조 전 원장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의 반응뿐만 아니라, 사건 이첩 보류 지시나 혐의자에서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