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항미 외치면서도 미국 관세 타결 모색…“보잉 대규모 발주하려 수요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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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의 보잉 상하이 항공 서비스 시설.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최근 무역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중국도 미국과 경제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외적으론 브라질과 손잡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듯하면서도 실제 미국산 보잉 항공기에 대한 대규모 구매를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현지시간) 복수의 항공사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민간항공국(CAAC)이 최근 자국 항공사들에 2025년 이후 5년간의 항공기 구매 및 교체 계획을 갱신하라 요청을 보냈다”며 “보잉이 만든 상업용 제트기에 대한 수요를 측정하기 위한 취지”라고 보도했다.
전날엔 CAAC 간부가 최근 베이징에서 브렌든 넬슨 보잉 수석 부사장과 만나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고 한다. SCMP는 “이번 조사 지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시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주문이 있을 경우, 보잉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인 2017년 11월 대규모 보잉 구매 계약을 체결한 전례가 있다. 현재까지 산둥항공(131대), 상하이항공(787대), 중국유나이티드항공(59대), 9항공과 동해항공(각 20여대) 등에서 보잉 전용 기종을 다수 운영 중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이후 양국 간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중국은 수년간 보잉의 경쟁사인 유럽 항공우주기업인 에어버스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중국 국영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의 C919와 같은 자체 모델 개발도 집중했다. 지난 4월 미국의 145%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은 보잉 여객기 인수를 금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적도 있다.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중 경제 및 무역 회담에 앞서 스콧 베센트(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鋒) 중국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은 최근 미·중 무역 대화 재개 분위기와 맞물려 ‘보잉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SCMP는 “중국이 일반적으로 미국 및 유럽 연합과의 무역 균형을 맞추거나 서방의 무역 적자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항공기를 구매하며, 미국이나 유럽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할 때 협정을 발표하거나 서명한다”고 짚었다. 미국의 관세 기한을 연장하려는 중국의 입장에선 이를 협상의 지렛대 역할로 사용할 수 있단 해석이다. 같은 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졌다.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회담과 연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브라이언 양보 중국 항공 컨설팅사 ‘아에로 이노사이트’ 설립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의 정상회담설에 대해 “정확하지 않고, 아무것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협정 타결 소식을 전하며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중국의 보잉 대규모 발주 가능성에 대한 배경엔 28일 미국과 EU와의 무역협상 타결도 깔려있다. 미국이 EU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철회하고, EU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종료하면서 EU의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도 협상 재개에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물밑에선 대미 유화 작업을 하면서도 대외적으론 항미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 체제 유지를 위해 브라질과 항공 등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X(옛 트위터)에선 “(미국의 일방적 관세전쟁에선) 승자가 없다”라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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