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불리할 뿐, 불가능은 없다
-
5회 연결
본문
핸디캡(handicap).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스포츠에서 핸디캡은 치명적이다. 상대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싸워야 해 이기기 어렵다. 더구나 정상급 선수들이 겨루는 대회 결승에서 핸디캡을 안고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챔피언에 오른 선수들이 있다. 그들에게 핸디캡은 넘기에 힘들었던 허들일 뿐이다.

프란체스카 존스.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불굴의 스포츠인’이다. 존스는 손·발가락이 기형인 채로 태어났다. [AP=연합뉴스]
여자 테니스 선수 프란체스카 존스(25·영국·세계 84위)는 신체적 핸디캡을 딛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우다. 존스는 지난 28일 여자프로테니스(WTA) 125 이탈리아 팔레르모 레이디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아누크 쾨베르만스(172위·네덜란드)를 2-0(6-3, 6-2)으로 꺾고 우승했다. 존스는 유전성 질환인 외배엽성 이형성증 탓에 손·발가락이 기형이다. 손가락은 양손이 4개씩, 발가락은 왼쪽 4개, 오른쪽 3개로 태어났다. 15차례나 수술대에 올랐지만 큰 도움은 못 됐다.
의사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8살 존스에게 “테니스를 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존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16세 때(2016년) 기어코 프로에 입문했다. 하체의 중심을 잡기 위해 지독할 만큼 체력 훈련을 견뎠다. 악력을 기르기 위해 조막손이 마비될 만큼 라켓을 놓지 않는 훈련도 했다. 손이 너무 아파 울면서 운동했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데뷔 당시 1200위권이던 세계 랭킹은 이번 우승으로 84위까지 올랐다. BBC는 “존스의 다음 목표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라고 전했다. 그의 꿈도 메이저대회 첫 승이다.

해나 햄프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불굴의 스포츠인’이다. 햄프턴은 선천적 사시 탓에 날아오는 공을 또렷이 보지 못한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를 유럽 여자축구 챔피언으로 이끈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 해나 햄프턴(25)은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거미손’으로 우뚝 섰다. 햄프턴은 지난 28일 끝난 2025 여자축구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간 1실점 했다. 상대인 스페인은 이날 22개의 슈팅을 했지만, 햄프턴의 선방에 막혔다.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긴 잉글랜드는 이 대회를 2연패 했다.
사실 햄프턴은 날아오는 공을 또렷이 보지 못한다. 선천적 사시(정면을 볼 때 양쪽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은 상태)다. 어린 시절 수차례 교정 수술을 했지만 고치지 못했다. 초점이 안 맞아 거리감이 떨어진다. 날아온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얼굴에 맞기 일쑤였다. 포기하는 대신 혹독한 훈련을 통해 슈팅에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을 키웠다. 잡지 못해도 악착같이 쳐냈다. 멍투성이가 되도록 온몸을 던져 펀칭 달인으로 진화했다. BBC는 “햄프턴은 불가능을 이겨내고 잉글랜드의 넘버1(주전 골키퍼 등 번호)이 됐다”고 전했다.

노아 라일스. 정신적 장애를 극복한 ‘불굴의 스포츠인’이다. 라일스는 천식, ADHD, 난독증 등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다.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12일 열린 2025 모나코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 리그 남자 200m 결승에서 노아 라일스(28·미국)는 19초88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024 파리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레칠레 테보고(22·보츠와나)를 제쳤다.
사실 라일스는 여러 질환을 앓았다. 유년 시절에는 발작을 동반할 만큼 심한 천식을 앓았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도 받았다. 트랙보다 병원에서 더 오래 지냈다. 라일스는 어머니 권유에 따라 채식 위주 식단을 통해 건강을 찾았다. 부족한 집중력은 미술과 음악으로 개선했다. 항우울제도 끊었다. 파리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9초79)이기도 한 그는 우사인 볼트(39·은퇴)의 후계자로 꼽힌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