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휴대폰 깡 해드릴게”…수십만원 받고 넘긴 대포폰에 77억 범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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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소액 대출을 빌미로 저신용자의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이를 국내외에 유통한 범죄조직원 18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소액 대출을 대가로 저신용자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국내외에 팔아넘긴 범죄조직원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057명 명의로 개통된 대포폰 1486대를 국내외로 유통한 범죄조직원 184명을 검거하고 이중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일명 ‘휴대폰 깡’ 방식의 범죄에 가담한 혐의(사기, 범죄단체조직)를 받는다. 휴대폰 깡이란 고가 휴대전화 개통을 빌미로 소액을 빌려준 뒤 단말기나 단말기 대금을 챙기는 불법사금융의 일종이다.
시작은 대출 희망자 모집이었다. 총책 A씨는 경북 구미·대전 일대에 대부업체 53개, 텔레마케팅 사무실 12곳을 개설하고 온라인 대출 플랫폼에 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소액 대출 광고를 게재했다. 대출희망자가 광고를 보고 연락하면 “일반 대출이 부결됐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줄 수 있다”고 꼬드겼다. 대당 160만~210만원 하는 최신 휴대폰을 2~3년 약정으로 개통하면 60만~8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개통된 대포폰은 대당 130만~170만원에 장물업자 손에 넘어갔다. 대포폰은 보이스피싱, 투자리딩사기 등 조직범죄에 악용됐다고 한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77억원에 달한다.
수사 과정에서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조직과 결탁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리점 대표는 대출 희망자의 개인정보로 이동통신사 전산망에 접속해 알게 된 개통 가능 대수, 할부 한도, 미납금액 등 정보를 A씨 등에게 넘겼다.

불법사금융의 일종인 '휴대폰 깡'이 운영되는 과정. 자료 국세청
A씨는 과거 유사한 범죄 조직에 몸담으면서 터득한 범죄 노하우를 토대로 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주변이나 구인·구직 광고를 통해 상담원, 개통·관리책 등 조직원을 모았다고 한다.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도 이용
경찰은 지난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 조직원들이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인지했다. 해외 발신번호를 국내 ‘010’ 번호로 변조하는 불법 중계기를 추적하면서 조직의 실체를 규명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총 16억20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한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약 94억원 상당 위법 소득에 대해서도 국세청에 통보해 과세 처분토록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 깡 범죄는 저신용자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악질적 범죄”라며 “휴대폰 깡은 사실상 고금리 대출과 다름없고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유혹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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