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리스크 해소, 배터리·바이오 미국 투자 속도낸다

본문

업계, 관세협상 타결에 안도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배터리·바이오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에 진행 중인 투자를 늘리거나, 신규 투자에 나서는 데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관세 타결 관련 브리핑에서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도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조선업 전용 1500억 달러 규모 펀드와 별개로 구성되는 펀드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 등지에서 단독 혹은 합작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건설 예정인 생산공장까지 합하면 3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온도 조지아주에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가동하는 한편, 켄터키·테네시주에 포드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협상으로 미국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총 5조9442억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미국 테슬라에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ESS 파이를 키우려는 한국 배터리 업계로선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이날 올 2분기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2734억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2330억원 줄인 66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을 흡수한 SK온 통합법인 기준으론 609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삼성SDI는 2분기 영업손실 3978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이 조만간 발표할 의약품 관세 정책과 관련,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현지 생산설비 구축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원료·완제의약품 등 품목에 따른 관세 방안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우선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친 유럽과 일본의 경우 의약품에 15%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 의약품도 이에 준하는 관세율이 예상된다. 미국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단일 국가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약 14억9000만 달러(약 2조 688억원)로 집계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지 생산설비 구축 시 일본, 인도 등 경쟁국보다 이점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15% 관세부과가 가격인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불닭’ 브랜드의 수출 물량을 확대 중이던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라면은 그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왔지만 지난 4월부터 10%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1일부터는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삼양식품은 미국 수출 제품 전량을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과 오뚜기 모두 미국 현지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과 농심의 경우 미국 내 생산설비를 통해 관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38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