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원정쇼핑 해소" "소상공인 위협"…호남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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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해 5월 9일 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코스트코코리아와 맺은 투자 협약(MOU) 내용을 공유하며 유치 과정과 파급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익산시

익산시 “2027년 개점 목표”

미국계 ‘유통 공룡’ 코스트코가 2027년 전북 익산에 매장을 낸다. 호남권 최초다. 코스트코 매장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전북 등에서 코스트코를 이용하려면 대전·세종까지 이른바 ‘원정 쇼핑’을 가야 했다. 하지만 관련 절차가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전북 상권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와 “방문객 증가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엇갈린다.

익산시는 1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코리아는 최근 입점 예정지 토지주와 최종 매매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2027년 개점을 목표로 관련 행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산시는 지난해 5월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코스트코코리아와 점포 개점을 위한 투자 협약(MOU)을 맺었다. 부지 계약이 성사되면 이달 진입 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점 준비에 들어간다고 익산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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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최초로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전북 익산시 왕궁면 부지를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 익산시

익산원예농협 “농산물 판로 확대 기회”

코스트코 익산점은 백제 마지막 수도였던 익산 왕궁면 3만7000㎡ 부지에 800억원을 들여 조성된다. 왕궁면 일대는 백제왕궁박물관·왕궁리 5층석탑(국보 289호)이 있는 왕궁리 유적지를 비롯해 왕궁보석단지테마파크 등이 있다. 호남고속도로 나들목과 인접해 전북뿐 아니라 광주·전남에서도 쉽게 올 수 있는 접근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코스트코 입점이 임박하면서 익산 지역 소상공인 단체와 유통업계는 거리 곳곳에 축하·환영 현수막을 걸었다. 익산원예농업협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지역 농산물 판로를 확대하는 상생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익산수퍼마켓협동조합 측은 “코스트코 익산점은 도심 외곽에 들어오기 때문에 기존 상권과의 충돌은 제한적”이라며 “외려 지역 상권이 재편되면서 소상공인에겐 대형마트에 집중된 소비가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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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입점을 축하·환영하는 현수막이 익산 지역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 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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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 “이마트 4.5개 들어오는 타격” 

반면 인근 전주·군산·완주 지역 소상공인 단체 등은 ▶골목 상권 몰락 ▶경제 생태계 붕괴 ▶영업 이익 해외 유출 등을 우려하며 코스트코 입점에 반대한다. 전북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 등 18개 지역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스트코 익산 입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시가 투자 유치라는 명분으로 외부 유통 공룡에 특혜를 주고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행정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비대위 측은 이마트(870억원)와 코스트코(3840억원)의 매장당 연평균 매출을 비교한 결과를 근거로 “이마트 4.5개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입점 부지 용도 변경 등 모든 행정 절차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코스트코가 입점하면 정규직 일자리 200여개 창출, 인구·관광객 증가 등 지역 경제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지역민 우선 채용과 지역 우수 제품 입점 등을 담은 상생 협약을 코스트코 측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코스트코 매장은 1994년 서울 양평동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18개가 운영 중이다. 전북에선 8~9년 전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를 개발하면서 코스트코 입점설이 돌았으나 소상공인 피해 등을 우려한 전주시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유치 무산→재유치…익산시, 코스트코 구애 '우여곡절'
익산시는 코스트코 유치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왕궁 물류단지에 입점을 추진하던 ㈜코스트코코리아는 2023년 1월 25일 사업 시행사인 ㈜익산왕궁물류단지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앞서 코스트코 측은 2021년 12월 300억원을 들여 왕궁 물류단지 내 5만㎡ 부지에 2023년까지 입점하기로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익산왕궁물류단지 측이 2022년 말까지 마치기로 한 행정 절차와 부지 조성이 지지부진하자 코스트코 측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며 계약을 접었다.

이후 완주군·임실군 등 도내 다른 지자체들이 코스트코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익산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인근인 왕궁면 일대를 대체 부지로 제시했다.

익산시는 30억원가량 투자 보조금도 주기로 했다. 익산시의회는 2023년 7월 투자금이 300억원 이상이거나 50명 이상 상시 고용하는 물류 도소매업에도 투자금 5% 범위에서 최고 50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2023년 9월 ㈜코스트코코리아 조민수 대표를 만나 설득했다. 같은 해 10월 미국 출장길에 오른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도 워싱턴주 코스트코 세계 본사를 방문해 익산 입점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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