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5%관세 하루 만에 與 노란봉투법·상법 강행…野 “공산당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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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세진 상법’(2차 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돼 한국 기업이 15% 관세 부담을 지게 된 지 하루 만에 재계가 반발하는 법안을 여당 주도해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4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들 법안과 함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 3법’을 처리했다. 이들 안건 모두 재석 의원 16인 중 찬성 10인으로 가결됐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 6명은 모두 기권했다. 이들 법안은 각 소관 상임위에서부터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해왔다.

여야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심사하며 입씨름을 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은 “파업 조장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으로 1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부분이다. 1차 개정안엔 기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시하고, 사내 및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를 초과할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강화된 ‘3%룰’ 내용이 담겼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경영상 결정을 열어 놓으면 모든 회사의 경영 문제에 노조가 간섭하고 그에 대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의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빨간 기업 죽이기법(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고, 거기에 상법으로 기업들을 옥죈다”며 “명분은 노동자를 위하고 소액투자자들을 위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기업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개혁 입법안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집권 여당이면서 다수당이 그에 대한 책임과 공과도 같이 쥔다고 생각한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방송 3법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는 공방을 벌였다.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 수를 확대하고, 그중 절반 이상의 추천권을 정치권 외부에 개방하는 게 핵심 골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은 이재명 대통령 코드에 맞춘 민주당의 영구 방송 장악 설계도”라고 주장해왔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 3법은 방송 장악 3법으로도 불린다”며 “외견상으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정치·노사·이익집단이 개입할 여지를 넓혀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이런 모습이 구태 모습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역공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 임기가 맞지 않는 것이 (방송 3법 개정의) 하나의 이유”라고 하자 김 의원은 “그럼 스스로 물러나면 되지 왜 법률을 운운하느냐. (법인카드로) 빵을 산 것이나 수사받으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 4일까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토론을 요구했지만 이춘석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여당이 마음 먹으면 표결 처리할 수 있는데도 토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법사위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항의했고, 일부 의원은 “공산당이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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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등이 거수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다만 여야는 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개정안 등 ‘농업 2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지난달 29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이미 여야가 합의 처리해 올라온 법안이기 때문이다. 당초 양곡관리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으로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1일 회의에서 “재의 요구 당시에는 사전 조치가 없었지만 (이번엔) 사전적인 조치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통과한 법안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다음달 4일에 상정될 예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고 있어 4일 모두 통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야 합의한 법안부터 처리하고, 이견이 있는 법안은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토론 종결 신청을 하면, 24시간 뒤 표결을 거쳐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을 합하면 5분의 3인 179명을 넘지만 법안을 하루에 한 건씩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4일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순차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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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소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어 단독 처리가 어려운 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태우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일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 민주유공자법, 공정거래 관련법 등 주요 민생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등 재계가 우려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느 만큼 “대표적인 경제 형벌이자 검찰의 기업인 압박용인 배임죄를 신속하게 정비하겠다”는 메시지도 이날 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배임죄 남용 문제에 제도적 개선을 지시했다”며 “정부의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와 긴밀히 소통해 계속 보완 입법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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