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계 '관세협상 원팀' 뛰었는데…여당은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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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2차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지배구조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경영 현장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기업 총수까지 나서며 정부와 ‘원팀’이 되어 물밑 지원을 했음에도, 정작 국내 경영 활동을 옥죄는 입법이 이어지면서 재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토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일방 처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모두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여당은 기세를 몰아 오는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거수표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선 두 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와 노동 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수백개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다”며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여당은 주주 충실 의무 등을 담은 1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이번엔 ‘더 센’ 2차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도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올릴 수 있게 되지만, 자칫 해외 투기자본 등에 경영권이 장악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단기 차익만을 노린 외부 세력이 기업을 공격할 수 있다”며 “경영권이 취약해졌을 때 실제로 회사가 생존해 나갈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날 발표된 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세율이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p)씩 인상된 점도 부담 요인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의 조세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며 “우리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정부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했음에도 반기업적 법안들이 잇달아 추진되는 데 대해 아쉬운 기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그룹 총수들은 협상 타결 직전 직접 미국 워싱턴DC에 집결해 힘을 보탰고,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일찌감치 현지에서 미 상·하원 의원 및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민간에서 적극 나서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전략이었고, 실제로 협상 결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며 “다만 여전히 관세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정부도 경영 현실을 고려해 정책 방향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재계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배임죄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차관을 공동단장으로 15개 부처 등이 참여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는 1년 안에 경제형벌 규정 30%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이날 열린 1차 회의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배임죄는 기업인들이 형사처벌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가능하도록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부작용을 계속 설명하고, 또 상법을 개정하더라도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해왔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배임죄 완화 역시 필요한 방향은 맞지만, 근본적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 규제 입법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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