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700만뷰 여신 등극한 권은비…2030 핫플, 워터밤의 비결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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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화제가 되는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워터밤(WATERBOMB)’이죠.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이뤄 물총 싸움을 하며 음악을 즐기는 이색 행사인데요, 2015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처음 열린 이래 힙합·EDM·댄스 DJ에서 K팝까지 장르를 넓혀왔고, 2018년부터는 전국 투어로 진화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여름 축제가 됐어요. 올해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 크롭티에 고글, 방수팩까지 장착한 수만 명의 관객이 어김없이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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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서울 2025 현장 열기. 메이드온

워터밤의 시그니처는 ‘워터파이팅(물총 싸움)’입니다. 대형 워터캐논이 터지면 사방에서 물줄기가 쏟아지고, 무대와 관객의 경계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지난 2023년 가수 권은비의 직캠(1인 피사체를 강조해 찍은 영상)은 그 현장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로, 유튜브에서만약 7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그를 ‘워터밤 여신’으로 등극시켰죠. 올해는 가수 박진영이 핫핑크색 ‘비닐바지’를 입으면서 SNS 키워드를 점령했고요. 서울과 부산 공연을 마친 워터밤은 오는 23일 속초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고 해요. 이 행사는 어떻게 2030의 여름 ‘핫플’이 됐을까요. 비크닉이 공연을 기획한 메이드온의 콘텐트기획팀 임우성 팀장을 만나 흥행의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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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서울 2025에서 무대를 선 가수 박진영이 '핑크 핫가이'라는 수식어로 SNS를 달궜다. 메이드온

발상의 전환으로 음악 축제의 틀을 깨다

Q. 워터밤은 어떤 아이디어로 시작했나요.
A. 처음부터 ‘아티스트 중심’이 아니라 ‘경험 중심’ 축제로 만들고 싶었어요. 첫 회인 2015년은 힙합이랑 EDM이 주목받던 시기라 관객들은 단순히 무대를 보는 걸 넘어서, 직접 놀 수 있는 콘텐트를 원하고 있었죠. 마라톤·호캉스·액티비티처럼 경험형 여가가 뜨기도 했고요. 그래서 도심 한가운데서 즐기는, 어른들을 위한 ‘풀(pool)파티’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했어요. 풀파티가 조금씩 건강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인식이 바뀌던 때였으니까요. 무엇보다 뮤직 페스티벌 자체가 점점 대중화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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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2025 부산 현장에서 관객들을 향해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장면. 메이드온

Q. 물과 음악의 결합, 파격적인 시도였을 텐데요.
A.여름은 덥고 습하고, 비라도 오면 금세 지치잖아요. 그렇다고 실내에서 행사하면 워터밤만의 콘셉트를 살리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차라리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당시 SNS에서 물총이 놀이 아이템으로 떠오르던 때였는데, 거기에 한창 2030세대가 열광하던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전체적인 구조를 착안했어요. 음악, 물총, 컬러풀한 룩까지, 여름의 상징을 모두 한데 모은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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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직캠 영상으로 '워터밤 여신' 타이틀이 생긴 가수 권은비. 메이드온

Q. 매년 워터밤직캠 여신이 화제죠. 그 타이틀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A. 워터밤은 관객과 ‘함께’ 뛰어놀 줄 아는 아티스트를 찾아요. 물총을 들고 무대 위에서 직접 젖고, 호흡하고, 페스티벌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몰입해주는 분들이요. 섭외할 때부터 단순히 ‘출연자’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팀원’이라는 걸 분명히 전달해요. 퍼포먼스· 의상·이미지까지 여름에 맞춰 철저히 준비해 오는 아티스트일수록 무대 위 반응도, 관객 반응도 훨씬 뜨거워요. 그렇게 생긴 직캠 영상들이 SNS로 퍼지면서 ‘워터밤 여신’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고요. 단순히 ‘노출’이 이슈가 되는 게 아니라 건강한 매력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달되는지, 그 퍼포먼스가 축제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부 부정적 시선은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아티스트가 더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관객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해요.

축제의 하루, 디테일까지 설계된다

워터밤은 관객의 ‘하루 전체’를 하나의 콘텐트처럼 설계하는 체험형 축제예요. 라인업·장비·입장 동선·물 분사 타이밍과 강도까지 디테일하게 조율하죠. 여름이 끝나면 바로 다음 해 기획을 시작한다고 해요. 유튜브 리뷰, 현장 피드백을 분석하고, 10월이면 유럽 무대 디자이너와 연출팀이 머리를 맞댑니다. 올해는 실시간 워터파이팅 중계를 통해 우승팀에 굿즈를 주는 시스템도 도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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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워터밤 서울에서 스프라이트 모델 카리나가 무대를 즐기는 모습. 코카콜라사

Q. 이제 ‘워터밤’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처럼 여겨지는데요.
A. 워터밤은 1년에 딱 한 번뿐인 특별한 경험이에요. 그 희소성이 워터밤만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만들죠. 특히 요즘 세대에겐 ‘인증샷’이 곧 자기표현이고, ‘어디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예매 단계부터 두 팀을 나눠서 응원 몰입도를 높이고,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워터밤만의 고유한 ‘코드’를 만들어가요.

Q.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A. 관객이 입장 줄에 선 순간부터 퇴장할 때까지, 우리는 늘 ‘어디서 불편을 느끼는가’를 먼저 봐요. 지금은 평균 5~10분이면 입장이 끝날 정도죠. 물품보관소 예약, F&B 사전 주문, 쉼터와 포토존의 위치까지, 2만 명이 움직여도 혼잡하지 않게 전체 동선을 짜요. 줄 서는 시간조차 하나의 ‘콘텐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전체 관객의 60~70%가 여성인데, 그분들의 경험은 더 섬세하게 설계해요. 줄이 길어질 땐 협찬 부스와 연계해 굿즈를 나눠주고, 포토존에는 대기 인력을 둬서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고요. ‘어디서 쉬고 싶은지’, ‘어떤 사진을 남기고 싶은지’, ‘기다리는 동안 뭘 원할지’를 계속 관찰하고 분석해요. ‘주차장 없는 맛집 안 간다’는 말처럼, 축제도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편의를 충분히 갖춰야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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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페스티벌룩'을 소화한 2025 워터밤 서울 관객들의 모습. 메이드온

Q. 요즘 워터밤에서 브랜드의 역할도 커졌다고요.
A. 브랜드도 이제 무대의 일부예요. 단순 로고 노출을 넘어서, 연출과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공동 기획자에 가깝죠. 대표적으로 타이틀 스폰서의 경우 브랜드 색감이 자연스럽게 관객 룩과 음악 콘텐트에 녹아들게 했어요. 또 SNS에서 자발적 브랜드 콘텐트가 퍼지고, 여름 페스티벌용 스타일링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뷰티 브랜드 참여도 늘었죠. 브랜드들이 ‘성수동 팝업’ 급으로 자신들만의 콘텐트를 기획해온 덕에 관객의 즐길 거리가 많아지고, 축제 밀도가 훨씬 높아졌어요.

핫플을 넘어서…‘한국형 페스티벌’의 세계 진출

워터밤은 이제 ‘K페스티벌’의 글로벌 모델로 진화하고 있어요. 2023년 일본 도쿄·나고야, 태국 방콕 투어를 시작으로, 2024년엔 미국·중국·두바이 등 10개국에서 무대를 열었죠. 올해도 하이난·발리·호치민·마카오 등으로 계속 넓혀가는 중이에요.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죠. 그중 하나가 ‘물’이에요. 도시마다 기후와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다 보니 ‘과도한 물 사용’에 대한 우려도 늘 따라붙어요. 이제 ‘놀고 즐기는 축제’를 넘어서, 한 도시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나눌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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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의 야외 무대 현장. 조명과 물줄기, 관객들의 환호성 등이 어우러진 장면이다. 메이드온

Q. 해외에서는 워터밤을 어떻게 보나요.
A.‘K팝 페스티벌’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누가 출연하느냐에 관심이 많죠. 하지만 저희는 그 무대 밖에서 벌어지는 경험까지 함께 전하고 싶어요. 재밌는 건, “이렇게 친절한 축제는 처음”이라는 반응이 많다는 거예요. 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줄을 서는 동안도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고, 심지어 화장실마다 에어컨과 인테리어까지 신경 써요. 해외 페스티벌은 의외로 이런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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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에서는 가수와 관객이 '물'이라는 요소로 하나가 된다. 메이드온

Q. 워터밤이 지향하는 축제는 어떤 모습인가요.
A. 결국, 워터밤이 추구하는 건 ‘누가 와도 재미있는 여름’이에요. ‘어떤 경험을 만들까’를 매년 더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는 물총에도 유저 경험을 담아보자고 해서 아예 직접 디자인 특허까지 냈고요, 요즘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에 맞춰 지비츠(꾸미기 파츠)도 넣었어요. 물론 물을 활용한 콘텐트인 만큼 환경에 대한 고민도 늘 함께 갑니다. 물 사용량엔 제한을 두고, 사용된 플라스틱 물총은 환경단체와 협업해 포토존 오브제로 리사이클링하고 있어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처럼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 플랫폼’이에요.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워터밤이라는 세계 안에서 나만의 여름을 만드는 축제요. 워터밤이 매년 여름이면 떠오르는 하나의 문화, 한 시즌을 통째로 기억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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