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염에 소비쿠폰까지 발목…애타는 대형마트, ‘가격전쟁’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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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농수산물을 구매하는 시민들. 뉴스1

대형마트가 초저가 전쟁에 사활을 걸었다. 소비쿠폰 효과로 식료품 소비자를 전통시장과 편의점에 뺏긴 데다, 폭염에 ‘실내 피서족’마저 백화점과 쇼핑몰로 향하고 있는 탓이다. 대형마트 3사는 가격을 대폭 낮춘 미끼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소비쿠폰에 애타는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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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붙은 민생회복 지원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오프라인 유통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팬데믹 이후 5년 만이다.

이 중 고민이 가장 깊은 곳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쿠팡, 다이소에 마진 큰 공산품 소비자를 빼앗긴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앞세워 부진을 만회하려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복병으로 나타났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전통시장과 편의점에 식료품 고객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 이후인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은 전달 같은 기간(6월 24일~30일) 대비 평균 객단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채소(21.8%), 과일(32.8%), 정육(19.3%) 등 신선식품뿐 아니라 양곡(91.2%), 조미료(30.1%) 등 식재료 매출이 전체적으로 늘었다. 세제(47.3%), 티슈(36.7%), 건강식품(38.9%)까지 구매 품목 범위도 늘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소비쿠폰 지급 이후 편의점 장보기 고객이 증가하며 객단가가 상승 추세”라고 말했다.

‘실내피서족’, 백화점·쇼핑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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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 위치한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에서 쇼핑하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 롯데백화점

찌는 듯한 무더위도 대형마트에는 불리한 변수로 작용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며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로 고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쇼핑을 즐기고 외식과 문화생활까지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말(26~27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7월 넷째 주 주말)과 비교해 15~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객 수도 10~12%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역대급 폭염에 백화점과 쇼핑몰 방문객이 크게 늘었고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점포 내 식당 등 임대매장의 경우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장보기 수요가 줄며 이들 매장의 고객 수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0~2021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대형마트는 사용처 지정에서 제외되며 월 매출이 5~10%씩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쇼핑몰은 쇼핑 외 여가를 보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대형마트는 장보기로 방문 목적이 한정적이어서 폭염에도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트 간 ‘가격 전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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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직원이 할인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대형마트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파격 할인에 돌입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6일까지 4인 용량의 닭볶음탕용 생닭을 8990원, 필리핀산 고산지 바나나를 3990원에 선보이는 등 여름철 수요가 높은 먹거리 12종을 특가로 선보인다. 같은 기간 할인 행사 중인 홈플러스는 호주산 척아이롤(100g)을 990원, 한돈 삼겹살(100g)을 1996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마트도 이달 첫 주말(2~3일)을 맞아 국내산 삼겹살·목심(100g, 냉장)을 약 50% 할인하는 등 여름 할인전에 집중했다.

신선식품은 대표적인 저마진 상품인데다 폭염으로 가격 상승 추세지만, 대형마트들은 집객을 위해 초저가로 출혈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초복을 맞아 이마트는 지난달 20일까지 1마리 1990원에 국내산 무항생제 영계 생닭을 판매했다. 이에 맞서 홈플러스는 1마리당 1831.5원에 무항생제 영계 생닭을 내놨고 롯데마트는 냉동영계를 한 마리 1590원에 선보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남는 게 거의 없는 장사지만 초저가가 아니면 고객의 눈길을 끌 수가 없다”며 “출혈 경쟁마저 감수할만큼 실적 방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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