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 커진 한·미 정상회담…주한미군 조정·대중견제 동참·안보비 증강 테이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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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하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한국의 대중 견제 동참 여부 등 안보 현안이 주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상 간 논의를 통해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합의를 이룬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1953년 체결)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 간 '조약 동맹'의 성격이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회담이 동맹의 ‘최종 상태(end state)’를 설정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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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주한미군, 20년만 감축될까

최근 방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변경을 수반할 가능성이 큰 ‘동맹의 현대화’를 포함한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백악관과 미 의회의 고위급 인사를 차례로 만나고 3일 귀국했다.

동맹의 현대화는 중국의 위협 증강 등 지금의 안보 정세에 맞게 동맹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취지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해외 주둔 미군의 태세 조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써왔다. 이에 따라 올해 미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올해 2만 8500명으로 고정된 주한미군의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감축이 이뤄진다면 스트라이커여단 등 순환 배치 부대를 추가 배치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한미군 규모는 조지 W.부시 행정부 때인 2006년 이후로 줄곧 2만 8500명으로 고정돼 있었다.

현재 한·미 연합 작전 계획에 의해 부대별로 세밀하게 부여된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밖’으로 확장하려 할 수도 있다.

조 장관은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에서)거기까지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면서도 “한·미 연합 태세, 주한미군의 중요성과 앞으로 우리에게 도전요소가 될 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는데, 그 이상은 실무선에서 더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미 동맹에 도전요소가 될 정세는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맞서기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 등에 대해 정상회담 전 실무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

이와 관련,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동맹은 태동기부터 대북 방어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북한 억제는 한국이 주로 맡고 주한미군 등 동맹의 역할은 중국 견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주한미군 역할을 대중 견제로 무제한 확장하는 것은 곤란하며 한국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명확히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 견제 동참 압박 예상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는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를 위한 수단에 가깝다. 트럼프가 이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을 대중 견제의 핵심축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보다 본질적이고 노골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답이 결국 정부가 구상하는 ‘동맹의 최종 상태’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해 미국의 육·해·공군을 한국 영토 안과 그 부근에(in and about) 배비'하도록 하고 있다. 문안만 보면 미국이 자국군의 주둔 가능 범위를 더욱 넓게 볼 여지가 있다.

이에 더해 3조는 “태평양 지역의 무력 공격”을 명시하며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규정한다. 그간 이를 한반도 유사시로 다소 한정해 해석했을 뿐 실제 조약은 미군뿐 아니라 동맹의 역할 자체를 인도 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할 근거를 두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충돌 가능성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다. 53년 체결 이래 70년 넘게 유지돼온 상호방위조약 해석의 범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장될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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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안의 모습. 뉴스1

안보 비용 증액 요구할 듯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추진한 안보·통상 연계 ‘패키지 딜’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방비 지출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거나 1기 행정부 때처럼 한·미 연합훈련 비용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한국=국방비 증액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한·미가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연합연습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보 비용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연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한 데 이어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문제 삼으며 틈새 벌리기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가 보장되자면 미·일·한의 무분별한 군사적 행위가 중지돼야 한다”며 “사소한 우발적인 사건도 쉽게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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