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기의 日 이시바…‘전후 80년’ 메시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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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5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전후 80주년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로 ‘이시바 퇴진론’이 부상한 데 따른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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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자민당사에서 참의원 선거에 대한 회견을 갖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패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 혹은 일본 정부가 항복 문서에 조인한 9월 2일에 전후 80년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결국 보류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전후 50주년을 맞이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담은 담화를 내놓은 이후 10년 간격으로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쳐 담화를 내놓고 있다. 이시바 총리 역시 관례에 따라 전후 80주년을 맞이한 담화를 추진했다.

반면 자민당 보수파는 “후세가 사과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선 안 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담화(2015년)를 근거로 ‘이시바 담화’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자민당 내에서 오랜 시간 비주류로 활동해온 이시바 총리는 한·일 역사 문제에서 온건파에 해당한다.

자민당 보수파에 밀린 이시바 총리는 결국 담화를 포기하고 자문 기관을 설치해 전쟁에 이르게 된 경위를 검증한 후 이를 총리 개인 자격으로 메시지를 내놓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도쿄도의원 선거(6월)에 이어 7월 참의원 선거마저 대패하면서 이시바 퇴진론이 불거지고, “과거 검증과 함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담고 싶다”는 이시바 총리의 뜻은 꺾였다. 아사히는 “정권 내에서는 총리가 메시지를 내면 총리 반대 세력이 이를 구실 삼아 퇴진 요구를 강화해 정권 존속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견해가 확산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총리 주변에서도  만류가 이어졌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시바 총리 거취 문제가 해결될 경우, 전후 80년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자민당 의원총회 이후에도 총리직을 유지하면 이시바 총리가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시바 총리가 뜻을 완전히 꺾지 않고 참의원 선거 이후로도 전문가들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는 보도 역시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월 이후로 메시지 발표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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