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 커진 한·미 정상회담…백악관, 주한미군 감축카드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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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한국의 대중 견제 동참 여부 등 안보 현안이 주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상 간 논의를 통해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합의를 이룬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1953년 체결)을 근간으로 하는 한·미 간 ‘조약 동맹’의 성격이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방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변경을 수반할 가능성이 큰 ‘동맹의 현대화’를 포함한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미측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고 3일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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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조 장관은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 “(외교장관 회담에서)거기까지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면서도 “한·미 연합 태세, 주한미군의 중요성과 앞으로 우리에게 도전 요소가 될 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는데, 그 이상은 실무선에서 더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미 동맹에 도전 요소가 될 정세’는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맞서기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 등에 대해 정상회담 전 실무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동맹의 현대화는 중국의 위협 증강 등 안보 정세에 맞게 동맹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취지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해외 주둔 미군의 태세 조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써왔다. 이에 따라 2006년 이후 줄곧 2만8500명으로 ‘한반도 붙박이’였던 주한미군의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한·미 연합 작전 계획에 의해 부대별로 세밀하게 부여된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밖’으로 확장하려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동맹은 최근 들어 북한 억제는 한국이 주로 맡고 주한미군의 역할은 중국 견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건 맞지만, 주한미군 역할 확장에 대한 최소한의 선을 한국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대중 견제의 핵심축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답이 결국 정부가 구상하는 ‘동맹의 최종 상태’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는 “상호 합의하에 미국의 육·해·공군을 한국 영토 안과 그 부근에 배비(배치하고 준비)한다”고 돼 있고, 3조는 “태평양 지역의 무력 공격”을 명시하고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미국은 ‘태평양’ 지역이라고 명시된 상호방위조약 3조를 근거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충돌 가능성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다. 53년 체결 이래 70년 넘게 유지돼온 상호방위조약 해석의 범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추진한 안보·통상 연계 ‘패키지 딜’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방비 지출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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