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구두로 큰 틀만 합의…4가지 ‘악마의 디테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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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사실상 큰 틀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국은 이견을 좁히기 위한 추가 협상을 이어간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관세 협상은 구두로 이뤄졌고, 서면 형태의 합의 문건은 없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람들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얘기하지 않냐”며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3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추가 협상이 이뤄질 분야는 크게 ①디지털 규제 ②농축산물 검역 ③펀드의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④방위비·환율 문제 등이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디지털 규제를 반드시 해소해야 할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법 제정 추진 중단 등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한 통상 전문가는 “온플법의 경우 아직 국내 입법 전이라 이번 협상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플법은 규제 범위에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가 대부분 포함된다.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인 여당은 다음 주 공정거래위원회와 당정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구글에 고정밀 국내 지도 반출을 허용할지 여부는 이달 중 개최할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결론을 내린다. 정부는 당초 이달 11일 주요 부처 협의체에서 결론을 지으려 했으나, 이를 한 차례 더 미루기로 했다.

한국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선 검역 절차 등 세부 협의가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측은 사과·복숭아 등 과채류에 대한 검역 절차를 한국 협상단에 문의했다. 구 부총리도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등을 포함해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수입 위험분석이 진행 중인 미국산 농산물은 모두 10가지다. 귤류인 탄젤로를 비롯해 사과·넥타린(복숭아)·자두·살구·서양배·감자 등이다. 국내 검역은 총 8단계 절차를 거쳐야 수입되는데, 감자가 6단계로 가장 진척도가 높고 넥타린 5단계, 아기당근 4단계, 서양배 3단계, 사과는 2단계에 있다. 식용 유전자변형작물(LMO) 가운데선 농촌진흥청이 미국산 LMO 감자에 대해 지난 3월 ‘적합’ 판정을 내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은 상태다.

한국이 제시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가운데 조선업 투자로 특정한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 펀드의 구성 방식과 용처, 수익 배분 방식 등은 여전히 모호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재투자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또 이번 협상에서 ‘통상-안보 패키지딜’을 준비했는데, 국방비·방위비·환율 등에 대한 의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말대로 검역 절차 개선 등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3500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커 보인다”며 “이달 중순께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견이 큰 부분에 대해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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