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테슬라 3378억원 배상” 판결, 자율주행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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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오토파일럿 주행 중 사고로 파손된 테슬라 모델S 차량. [사진 미국CBS 캡처]

쾌속 질주하던 테슬라의 자율주행 관련 서비스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법원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에 대해 처음으로 회사 책임을 인정하면서다. 회사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6월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로보택시(robo taxi·자율주행택시) 사업 확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로이터,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마이애미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2019년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에 테슬라 측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법원은 테슬라의 책임 비율을 33%로 보고 피해자들에게 2억4300만 달러(약 3378억원, 징벌적 배상금 2억 달러 포함)를 지급하라고 지난 1일(현지시간)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에서 테슬라가 처음으로 패소한 사례다. 지금까지는 테슬라가 재판 전에 원고와 합의하거나, 법원이 각하 또는 테슬라의 승소를 판결했다. 자율주행업계에선 테슬라의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례가 향후 유사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를 집계해 온 비영리 사이트(TeslaDeaths.com)에 따르면 오토파일럿 작동 중 사망한 사례는 최소 58건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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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주행보조시스템(ADAS)인 오토파일럿은 FSD(Full Self-Driving)와 함께 테슬라 로보택시 사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명칭은 완전자율주행을 뜻하지만 국제자동차기술협회(SAE)는 오토파일럿과 FSD를 자율주행 레벨 5단계 중 2단계(부분 자동화)로 분류한다. 운전자가 있는 상태에서 일부 주행을 돕는 기능이란 뜻이다. 테슬라가 FSD 최신 기술을 모두 적용한 로보택시도 4단계(특정 지역 완전자율주행) 직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과장된 선전 또한 관련 사고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토파일럿, FSD 등은 운전 보조 기능에 불과한데 용어가 혼란을 가져와 운전자가 착각을 일으켜 사고가 발생하는 면도 있다”며 “GM 로보택시 크루즈 사고로 시장 전체가 침체됐던 2023년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선 교통당국이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FSD란 명칭과 광고로 소비자를 오도했다”며 허위광고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과 자율주행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서도 지난 3월 샤오미 전기차(SU7)의 주행보조시스템인 ‘NOA(Navigate on Autopilot)’ 관련 문제로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사고 이후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스마트주행’ 등 오해 소지가 있는 용어 사용과 광고를 금지하고 ‘운전자보조’ ‘보조운전’ 등 용어만 쓰도록 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용어 규제를 통해 자율주행 시장 위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판결 이후 테슬라는 “기술 진보를 위협하고, 생명을 구하는 안전장치 개발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최근 테슬라는 2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매출(224억9600만 달러)은 12%, 영업이익(9억2300만 달러)은 42%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자동차 매출과 에너지 발전 저장 부분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텍사스 오스틴 이외에 캘리포니아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 확장 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모빌리티 전문가는 “이번 판결로 자율주행업계 전반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 같다”면서도 “기술적으로 레벨4까지 갈 수 있지만, 어디까지가 운전자 책임인지가 불분명하다. 자율주행 3~4단계로 가면 제조사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업들이 소비자 책임이 큰 자율주행 2단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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