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자도 자도 피곤? 숨길 좁으시네요"…숙면의 적, 이렇게 찾았다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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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경 기자의 헬스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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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다원검사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아침이면 늘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눈꺼풀은 무겁고, 머릿속은 멍한 날이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피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 상태를 점검해 보기로 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았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과 외래 진료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는 말에 진료를 맡은 조소영 전문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나요?” “중간에 자주 깨거나 코를 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나요?”

질문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여기에 수면 중 호흡을 방해하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었다. 코와 목 안쪽의 숨길(상기도)이 선천적으로 좁은 상태였던 것. 조 전문의는 “비중격(코안의 좌우 경계를 이루는 벽)이 휘어 있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콧속이 부으면 상기도가 좁아지면서 자는 동안 호흡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밀한 진단을 위해선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일어나는 생체 반응을 분석하는 검사입니다. 뇌파, 호흡, 코골이, 산소포화도, 다리 움직임, 심전도 등을 측정해 수면 구조를 파악해요.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처럼 다양한 수면 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입니다.”

검사 당일 밤 8시20분. 병원 내 수면클리닉에 들어섰다. 침대가 놓인 검사실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차분한 조명과 정돈된 공간 덕분에 제법 안정감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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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다원검사 준비를 마친 모습.

밤 9시30분. 검사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머리카락 사이, 눈 주위, 턱, 가슴, 다리, 손가락에 전극과 센서를 하나씩 붙였다. 특히 머리에 바르는 젤이 차갑고 끈적끈적해 순간 몸이 움찔했다. 그러다 거울 속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머리 위로 전선 더미가 뻗어 있고, 온몸에 센서가 감겨 있다. 마치 과학 실험에 동원된 피실험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 상태로 주무시면 됩니다.”

몸에 전선이 얽히고설킨 상태로 침대에 누웠다. 낯선 공간, 익숙지 않은 자세, 몸을 뒤척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천장의 CCTV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쉽게 긴장을 풀지 못했다. 과연 숙면이 가능할까 의심이 들었지만, 다행히 금세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새벽 4시. 6시간여에 걸친 수면다원검사가 끝났다. 며칠 뒤 조 전문의의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수면 구조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에요. 깊은 수면(25%)과 얕은 수면(52%)의 비율이 정상 범위에 있습니다.”

잠드는 데 걸린 시간(수면 잠복기)은 약 10분. 중간에 잠에서 깨어있던 시간은 약 30분으로 다소 길었지만, 검사 환경인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했다. 뇌파와 심전도, 안구 운동, 호흡 패턴도 모두 정상이었다. 다리 떨림이나 이상 행동도 관찰되지 않았다. 코골이는 ‘도서관 생활 소음 수준’인 36㏈로 무난했다. 무호흡 지수는 6.6으로 나타났는데, 치료 권고 기준인 10 미만으로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이 정도면 수면의 질이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다만 상기도가 좁은 구조라 비염이나 체중 증가가 겹치면 향후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요. 수면무호흡증은 본인도 모르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숙면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자는 동안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뇌가 각성 상태에 들어간다. 스스로는 깊이 잠든 줄 알지만, 몸은 밤새 깨어 있는 셈이다. 그만큼 피로가 쌓이고 고혈압·심부전·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수면다원검사는 다소 번거롭고 불편할 수 있다. 온몸에 센서를 붙인 채 낯선 환경에서 잠드는 일은 결코 쉽진 않다. 그럼에도 이 검사가 의미 있는 건 수면의 질을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날이 반복된다면 수면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해답은 ‘수면 데이터’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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