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7일째 물에잠긴 반구대 암각화 어쩌나…울산에 또 강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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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침수된 반구대 암각화. 연합뉴스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17일째 물속에 잠겨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반복된 침수는 여름철 집중호우에 취약한 국가유산 보존 환경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4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주군 사연댐 하류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달 19일 오전 5시쯤 폭우로 댐 수위가 53m를 넘어서면서 침수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오후 댐 수위가 57m까지 상승하며 암각화 전면이 수면 아래로 잠겼다.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비는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낮은 배수 속도로 암각화는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밤부터 다시 강한 비가 울산지역에 쏟아지며 4일 오전 한때 댐 수위가 60m까지 오르기도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비가 그치면서 오전 9시 기준으로 55.29m 정도로 암각화의 30% 정도가 잠겨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침수된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 연합뉴스
반구대 암각화는 가로 8m, 세로 4m 규모의 암벽에 신석기 시대 고래사냥 장면을 비롯한 동물과 인물 형상이 새겨진 독보적인 선사 유산이다. 이를 인정받아 인근에 있는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함께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연평균 두 달가량 반복되는 침수로 암각화의 윤곽은 점차 흐려지고 있으며, 유산 보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울산시는 환경부 등 정부와 협력해 2030년까지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고 수위를 52m 이하로 유지하는 보존 대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문 설치 시 하루 약 4만9000톤 규모의 식수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어, 대체 수원 확보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울산에서 국가유산청장 주재로 '반구천의 암각화 보존 방안' 등을 주제로 한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지역유산전략지원단 측은 발표 자료를 통해 AI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암면 감시,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 사연댐 수문 설치를 통한 정밀 수위 조절 등 종합적인 보존 전략을 제시했다.

4일 오전 사연댐 수위. 자료 울산시
한편 울산은 3일 밤부터 이어진 집중 호우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3일 밤 11시부터 4일 오전 7시까지 울산에는 누적 113.8mm의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65.3mm에 달했다. 남구 삼산동 일대에서 40여분간 정전이 발생했고, 울주군 원산사거리 등 일부 도로가 침수로 통제됐다. 울산에 내려진 호우 특보는 4일 오전 7시 20분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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