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양 관리,간호사 방문,돌봄 언계…이젠 병원이 퇴원환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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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왼쪽에서 셋째)와 의료진이 입원 환자의 근력을 측정하며 임상허약 척도검사(CFS)를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중증 노년환자 통합진료시스템 ‘위드원(WithONE)’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경기도에 사는 담관암 환자(85)는 지난달 4일 수술을 받으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이 환자를 통합 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다음날 전담간호사가 영양, 수면, 통증, 보행 능력, 의식 수준, 대소변 상황, 정서 상태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섬망 고위험, 영양 불균형 고위험' 진단이 나왔다. 최근 한 달 몸무게 3㎏ 감소했고, 체질량지수(BMI) 17로 저체중이었다. 수면 장애가 심해 수면제를 복용하고, 근력 저하로 누군가 부축해야 움직일 수 있다. 두 달 전 낙상한 적이 있고 지금도 재낙상 고위험군이다.
의사·약사·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 등이 머리를 맞댔다. 다음날 임상영양사가 방문해 식사량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이후에는 정맥영양 공급으로 전환했다. 매일 물리치료사가 방문해 앉기·서기, 스트레칭, 관절 운동, 걷기를 도왔다. 약사가 나서 수면제 처방을 중단시키고 낮 활동을 늘렸다. 병상 물리치료를 시작해 수면을 도왔다. 섬망 예방간호 서비스도 제공했다.
이 환자는 수술 후에 호흡기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고, 퇴원을 앞두게 됐다.
이제 퇴원 관리가 시작됐다. 어떤 의료·비의료 서비스가 필요한지, 돌볼 여건은 어떤지 등을 파악했다.
환자는 배뇨관을 삽입한 채 퇴원해야 했다. 환자와 고령(70대 후반)의 배우자가 같이 사는데, 노부부의 의료 이해도가 낮았다. 서울아산병원과 멀지 않아 지난달 25일 가정간호팀이 첫 진료를 나갔다. 배뇨관, 수술 부위 상태 확인, 환자·보호자 교육, 응급 상황 대처 요령 교육, 영양 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퇴원 전에 병원의 사회복지사도 나섰다. 배우자는 입원 간병 피로가 쌓여있었다. 누군가 부담을 덜어야 했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아들과 면담했다. 경기도 누구나돌봄 서비스, 장기요양등급 신청 절차를 안내했다. 관할 지자체 보건소의 의료 보조기기 무료 대여 사업, 119 안심콜 서비스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
이런 준비가 끝나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종합 검토해 환자가 집으로 퇴원해도 좋다는 결론을 냈다.
이상은 서울아산병원이 '중증 노년환자 통합진료 시스템'으로 담관암 환자를 관리한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병원 환자는 퇴원하면 끝이다. 다음 외래진료 날짜를 받고 그때까지 알아서 한다. 게다가 병원은 환자의 입원 일수를 최대한 짧게 유지한다. 병상 가동률을 높이고, 원내 감염 위험을 줄이려는 의도에서다.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환자는 집에서만 지내고, 음식은 입에서 더 멀어진다. 그러면 더 허약해지고 병세가 나빠지거나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서울아산병원은 노인 환자를 선별해 담관암 환자처럼 입원~퇴원 맞춤형 서비스(일명 위드원)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의료개선연구소(Institute for Healthcare Improvement)에서 최고 등급 인증을 받았다. 아시아 최초이다.
환자의 돌봄 요소, 이동 능력, 약물 관리, 정신 기능 등의 네 가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관리한다. 입원하자마자 조기 재활 치료를 제공하고, 복용 중인 약을 정리한다. 항콜린성 약이나 진통제·수면제를 줄여 섬망이나 낙상 위험을 줄인다.
환자의 가족과 퇴원 계획을 상담해 돌봄 수요를 파악한다. 거주지의 가정간호 서비스 의료기관을 연계하고, 지역 복지 자원과 연결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아산병원에는 퇴원 환자 문의센터와 안심진료클리닉을 운영한다. 환자가 빠르게 진료받으러 올 수 있게 지원한다.
이 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은 2021년 약 160명의 노인 환자를 맡다가 지난해 2959명으로 늘렸다. 환자 만족도가 90% 넘는다고 한다.
퇴원 계획 서비스도 83건에서 802건으로,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연계도 191건에서 1449건으로 증가했다.
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우리 병원 입원 환자의 약 40%가 65세 이상이며, 중증 고령 환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노년 환자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최적의 치료 성과를 끌어내는 열쇠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초기 대응이다. 위드원 프로그램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맞춤형 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년환자가 퇴원 후 자립해서 살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의료기관의 역할"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복지 자원과 연결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퇴원 후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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