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탄 방패 없어 못 들어간다"…인천 총기 사건 경찰 무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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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씨(62)가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방탄복은 착용했으나 방탄 헬멧과 방탄 방패가 없어 내부 진입이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경찰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관할서인 연수경찰서 상황실은 신고 접수 4분 만인 지난달 20일 오후 9시35분쯤 직원들에게 테이저건과 방탄복·방탄 헬멧 착용 지시를 했다.

이어 7분 뒤인 오후 9시42분쯤 “지금 도착한 순찰차는 방탄복을 착용했으면 바로 진입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보했으나 “화약 냄새가 많이 나고 쇠구슬도 있다. 내부에 아버지가 장전한 상태로 있는 상황이라 특공대가 와야 한다”며 진입하지 못했다.

지구대 팀장은 “경찰관들이 들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방탄모와 방탄 방패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무조건 진입하면 안 될 거 같다”고 보고했다.

연수서 상황실이 방탄복·방탄모 착용 여부를 묻자 지구대 팀장은 “방탄복을 입었는데 방탄 헬멧이 없다, 방패는 있는데 방탄 방패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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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씨가 범행에 사용한 탄환 모습. 사진 인천경찰청

“사제총으로 경찰관 공격할 수도”…열린 현관문 붙잡고 있었다

지구대 팀장은 신고 접수 23분 만인 오후 9시54분쯤에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보했는지 묻는 상황실에 재차 “비밀번호는 알고 있고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들어갈 경우 사제 총으로 경찰관을 공격할까 봐 그런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장에 경찰 기동순찰대도 도착했으나 방탄복이 아닌 방검복만 착용한 상태였고 결국 소방차 진입로 확보와 주민 통제 등 업무만 맡았다.

당시 연수서 상황관리관은 피의자, 피해자, 신고자 등 나이를 알아보라고 지시하자 지구대 팀장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시아버지가 사제 총을 들고 거실에서 대기한다고 하잖아요, 빨리 제압할 수 있는 특공대를 빨리 도착 좀 해줘요”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연수서 상황실은 당시 현장 경찰관에게 “아버지(피의자)와 이야기해서 남편만 먼저 구조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현장 경찰관은 “신고자는 (피의자인) 시아버지가 무서워서 대화를 못 할 것 같대요”라고 답했다.

경찰은 결국 폐쇄회로(CC)TV 확인이나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하지 않은 채 피의자 A씨(62)가 집 안에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 특공대를 동원해 신고접수 72분 만인 오후 10시43분에야 뒤늦게 내부에 진입했다. 하지만 피의자 A씨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지구대 팀장은 특공대 진입 후인 오후 10시49분쯤 “경찰관들이 도착했을 때는 현관문 잠금장치가 부서져서 열려있는 상황인데 혹시라도 (피의자가) 나올까 봐 잡고 있던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확인했는데 피의자가 없다. 아마 경찰관이 도착하기 전에 빠져나갈 여지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A씨는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인 다음날 0시20분쯤 서울 서초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9시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어 준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며느리,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 등 4명을 사제총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다. 해당 장치에는 범행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불이 붙도록 타이머가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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