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거여, 방송법 본회의 상정…야당, 힘없는 필리버스터
-
4회 연결
본문
윤석열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다가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혔던 쟁점 법안들이 4일 대거 본회의를 통과했다. 두 차례 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도 이날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다만 기업 반발이 거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는 다음 임시국회로 늦춰졌다. 7월 임시국회 회기는 5일까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15개 법안에는 양곡법(양곡관리법 개정안), AI 교과서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 등 그간 여야가 대치해온 법안 다수가 포함됐다. 양곡법은 재석 236인 중 찬성 199인, 반대 15인, 기권 22인으로 가결됐다.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재추진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큰 폭으로 조정됐다. 기존 법안은 쌀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전액 지급하도록 강제했지만, 이날 처리된 수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매입하도록 규정됐다.
이재명 정부 핵심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을 지원할 지역화폐법도 통과됐다. 이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다.
여당, 방송3법으로 이사 수 확대…야당 “특정세력 장악용”
여야가 처리에 합의한 법안이 모두 통과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방송3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언론개혁’의 핵심이다. 3개 법안이 모두 처리되면 ▶한국방송(KBS)의 이사 수가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교육방송(EBS) 이사 수가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고 ▶늘어난 이사 수의 약 40%를 국회가 추천하게 된다. ▶나머지 이사 추천권은 방송사 임직원, 시청자위원회, 언론 관련 학회, 유관 변호사 단체 등에 나눠주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방송3법이 시행되면 KBS·MBC·EBS 이사를 3개월 이내에 재구성해야 한다.

박경민 기자
야당은 “방송3법은 언론 공정성을 해치는 무도한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국회가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게 한 것부터 문제 삼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진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정치권이 직접 행사하면, 정치권에 더 휘둘리게 된다는 논리다. 나머지 이사 추천권을 언론 관련 단체와 시청자위원회 등에 주는 것도 여야의 대치 지점이다. 여당은 이런 구조가 정치적 영향력을 줄일 거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친여 성향 인사나 민주노총 출신 등 특정세력을 이사로 꽂아넣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에는 특히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이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야당은 “언론노조 등 특정 세력이 편성을 지배할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에서 보도책임자를 임명할 때 직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특정 노조나 세력의 거부권이 될 것”이라며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한국방송공사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및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한민수 민주당 의원의 제안 설명 직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개혁, 방송개혁이란 말은 제발 하지 말라”며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불러라. 여러분이 원하는 사장을 앉히면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느냐”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신 의원 발언 시작을 전후해 본회의장을 대부분 떠났고, 곧바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이 종결 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된다. 범여당이 재적 5분의 3(180석)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5일 오후엔 토론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고, 대상 법안은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8월에도 국회를 열어 회기를 잘게 쪼개 회기마다 쟁점 법안을 한 건씩 처리한다는 ‘살라미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초 여야는 7월 국회를 통과할 단 하나의 쟁점 법안을 무엇으로 할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청래 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방송3법을 맨 앞에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방침은 우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오찬을 거치며 굳어졌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고육지책으로 방송법 우선 처리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경영계 반발이 거센 법안들은 일단 시간을 확보해보자는 당내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