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퇴직 장인 美 모시는 MASGA, K원전 '바라카'서 힌트 얻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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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지난해 한화필리십야드로 이름을 바꾸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 현대화를 추진하고 인력도 새로 채용해 기술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한화필리십야드 5도크 작업 현장. [사진 한화오션]

“정년 후에도 내 기술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이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30년 이상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일하다가 5개월 전부터 필리조선소로 일터를 옮겼다. 기술자들이 1㎜의 오차도 없이 설계도면대로 강재를 정밀하게 용접·조립하도록 관리하는 정도(精度)관리 엔지니어링의 노하우를 미국인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이곳에선 이씨 외에도 한국에서 은퇴한 용접·도장 등 손기술 공정 전문가들이 미국인 교육생을 훈련 중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미 조선업 협력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 조선소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숙련 기술자들이 핵심 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5개 주요 조선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선 매년 재직자(지난해 4만2766명)의 2.5%가량인 약 1000여 명이 은퇴한다. 조선업계는 현장 경험이 많은 이들을 재고용한 후 미국 사업장이나 협력 조선소에 파견해 숙련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국내 은퇴자를 활용하는 방안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 퇴직자를 활용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한수원은 은퇴 직원들을 운영·교육 인력으로 파견보내 공사를 안정적으로 마쳤다. 필리조선소에 전현직 조선소 직원 50명을 파견한 한화오션 관계자는 “몇 달 운영해 보니 한국인 전문가의 기술 전수에 대한 미국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퇴직한 숙련 인력의 미국 파견을 확대할 수 있게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D현대 역시 미국 현지 조선소들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공동 건조하기로 한 만큼 정년 전후의 숙련 기술자들을 해외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가 그동안 배출한 기술 명장은 29명, 현재 재직 중인 기능장만 2249명에 달한다.

선박 건조 기술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됐지만, 용접·도장·배관 등 핵심 공정은 여전히 사람 손으로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현장의 손기술과 숙련도”라며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데 한국 은퇴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선 건조에서 손을 떼다시피 한 미국은 용접·도장 등에 투입할 기능 인력뿐 아니라 선박설계·조선공학 등 연구 인력도 거의 없다. 대학 내 조선 관련 학과는 대부분 폐지되거나 통폐합됐다. 미국에서 조선해양공학과를 둔 대학은 뉴올리언스대와 미시간대 앤아버 2곳뿐이며, 연간 최대 120명을 배출한다. 조선업이 아닌 해양공학과로 범주를 넓혀도 미국 전역에서 6개 대학이 매년 신입생 300명을 뽑는 수준이다.

반면에 중국은 조선해양공학 인재도 풍부하다. 중국 하얼빈공대 웨이하이캠퍼스만 해도 매년 조선공학과 학생을 400명씩 뽑는다. 부산대(70명)의 6배며 미국 전역에서 뽑는 신입생 수보다 3배 이상 많다. 김명현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겸 대한조선학회장은 “산둥성 상위 5% 인재들이 오는 대학이라 학생들 수준도 상당히 뛰어나다”며 “중국이 한국 조선업을 빠르게 추격한 데는 인재 양성의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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