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89년 간 버틴 일본 센트럴리그, 마침내 문 연다…지명타자+비디오 판독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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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가 출범 이후 89년 만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변화를 모색한다. 사진은 센트럴리그 소속 강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 장면. AP=연합뉴스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가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36년 리그 출범 이후 무려 89년 만에 내린 변화의 결정이다.
센트럴리그 6개 구단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7년부터 지명타자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명타자는 투수를 대신해 타격을 맡고, 대신 수비에는 참여하지 않는 타자를 의미한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의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가 처음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내셔널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서는 전통을 지켜오다가 지난 2022년에 지명타자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KBO리그는 지난 1982년 출범 당시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해왔다.
일본의 경우 퍼시픽리그가 지난 1975년 AL 제도를 본떠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했지만, 센트럴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서는 기존 방식을 고수해왔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NPB 커미셔너는 “(지명타자제 도입은) 글로벌 트렌드에 접근할 필요성을 인정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일본 프로야구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비디오 판독 도입도 추진한다. NPB는 “경기장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경기 영상을 판독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은 판정에 대한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구장 내에 설치한 비디오룸에서 심판조의 대기심 또는 조장이 TV 중계 화면을 보고 최종 결정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KBO리그 스타일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별도의 장소에 중앙 통제 센터를 두고 각 구장의 오심 여부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센트럴리그가 뒤늦게나마 지명타자 제도를 받아들이는 등 변화를 선택한 건 떨어져가는 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올 시즌 진행한 인터리그에서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의 경기력 격차가 눈에 띄게 커졌다. 퍼시픽리그 소속 6개 팀이 센트럴리그를 압도하며 인터리그 성적 기준 1~6위를 휩쓸었다. 9승9패로 승률 5할에 턱걸이를 한 히로시마 카프가 7위로 센트럴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명타자 제도를 외면한 센트럴리그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하면 투수의 타격 부담을 줄여 부상 위험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통상적으로 투수들이 타석에 서면 번트를 대는 등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기의 흐름을 끊을 뿐만 아니라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지명타자 제도는 수비가 약한 선수나 수비력이 예전 같지 않은 베테랑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다양성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본 야구계는 프로야구의 변화에 발맞춰 내년부터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에서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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