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짜 주식사이트 94억 피싱사기…팀장·대리 달고 단합대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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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기동대는 가짜 주식거래 사이트로 노인들을 속여 거액을 챙긴 피싱 조직원 43명과 가짜 사이트를 제작·판매한 브로커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원처럼 직책을 나눠 활동하고 단합 대회도 열었다. 사진은 D씨가 총책으로 있는 범죄 조직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경찰청
가짜 주식거래 사이트로 “곧 상장할 주식을 저가 매수할 수 있다”며 노인들을 속여 거액을 챙긴 피싱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가짜 주식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 182명에게서 약 94억 원을 편취한 3개 피싱 조직의 총책 등 43명을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가짜 사이트를 제작한 프로그래머 A씨(29세)와 판매 브로커 B씨(32세), C씨(24세)도 통신사기환급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게 된 브로커 B씨, C씨에게 가짜 사이트 개발을 의뢰받았다. 고등학교 중퇴 후 홈페이지 제작 활동을 해왔던 A씨는 공식 주식거래 사이트를 본뜬 가짜 사이트를 제작했다. 공식 사이트의 주가 지수, 배너나 메뉴 같은 디테일까지 유사했다고 한다. 이렇게 제작된 가짜 사이트 19개는 14개 피싱조직에 판매됐다. A씨 등은 개당 월 150만원 관리비를 받아 매달 3000~4000만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

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남철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 수사6 팀장이 '주식 거래 빙자' 신종 피싱조직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사이트를 구매한 피싱 조직은 본격적으로 범행에 착수했다. 총책 D씨(25) 등은 서울·경기 일대에 공실 상가를 단기 임차해 콜센터를 운영했다. 상장이 유력한 종목만을 골라 임의로 정한 상장일까지 운영한 뒤 바로 다른 콜센터로 옮기는 떴다방식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주식 발행사 직원을 사칭한 이들은 무상 배정이나 선입고를 미끼로 피해자에게 가짜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이후 “상장이 확실한 비상장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면 상장일에 고수익을 볼 수 있다”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현혹했다. 포토샵으로 제작한 위조 명함, 합병 자료 등으로 피해자를 속이거나, 유명 증권사 직원으로 위장해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을 비싼 가격에 되사겠다”면서 바람을 잡기도 했다.
상장일이 다가오자 피싱 조직은 이빨을 드러냈다. “남은 물량을 더 싼 가격에 대량으로 추가 구매하면 곧 있을 상장일에 고수익을 볼 수 있다”면서 주식 대금을 입금받았다. 약속한 상장일에는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렸다.

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남철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 관계자가 '주식 거래 빙자' 신종 피싱조직 검거 관련 브리핑에 앞서 가짜 주식 서류, 위조 인증서 등을 나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처럼 직급 달고 단합대회 개최
주로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노동 수입이 줄기 시작한 고령층이 표적이 됐다. 피해자 182명 중 92%가 50대 이상이었고, 이 중 60대 이상 피해자 비율은 71%에 달했다. 한 60대 남성은 9억원을 피싱 조직에 빼앗겼고, 80대 여성 피해자는 2개 조직에 연달아 속아 피해를 입었다.
피싱 조직은 주로 지역 선후배로 구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장, 팀장, 대리 등 회사원처럼 직책 나눠 활동했고 결속력 다지기 위해 단합 대회도 열었다. 수당은 현금으로 지급됐다고 한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14억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은행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한 전통 피싱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코인 거래를 빙자한 신종 피싱이 증가하고 있다”며 “비공식적 투자 또는 자문에 기댈 경우 수익은커녕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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