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춘석, 차명 주식거래 파장…野 “미공개 정보 이용” 형사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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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5일 불거졌다. 이 위원장이 보좌관 차모씨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고, 이날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다. 민주당은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며 “형사 고발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온라인 매체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증권 거래 앱을 통해 네이버 등 주식 거래를 했다. 문제는 사진 속 계좌 주인의 이름이 ‘이춘석’이 아닌 보좌관 차씨였다는 점이다. 차씨의 주식 계좌에 찍힌 보유 주식은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으로 평가금액 총액이 1억원이 넘는다. 이런 사진이 찍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중에도 ‘국감장에서 주식창 들여다 보는 국회의원’이란 사진이 찍혔는데, 당시 계좌 주인도 차씨였다.

10개월에 걸쳐 두 번의 사진이 찍혔지만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 위원장의 재산신고 내역엔 본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주식(증권)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금융 실명 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은 모든 금융 거래를 실명으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 은닉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차명 거래를 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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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더팩트]

차명 거래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국민의힘은 총공세를 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에 따르면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치주의의 선도자가 돼야 할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이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법을 심사하고 정의를 논해야 할 법사위원장이 차명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는 개미 투자자가 아닌 이 위원장을 위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이 법사위원장인 데다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다는 걸 고리로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했다.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은 “(이 위원장은) 경제2분과장을 맡았고, AI(인공지능) 정책을 담당한다. K-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에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돼 있다”며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다. 이 정도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도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재명 정부 AI 정책을 직접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AI 종목 주식 차명 거래를 한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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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더팩트]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의혹 보도 2시간 만에 윤리감찰단에 이 위원장에 관한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다만, 현재 윤리감찰단장이 공석인 만큼 조승래 사무총장이 윤리감찰을 지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나중에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란 답변을 반복했다.

언론과 연락이 닿고 있지 않은 보좌관 차씨는 ‘더팩트’에 “(이 위원장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휴대폰으로 알고 헷갈려 (내 것을) 들고 들어갔다”며 “거기서 제 주식 창을 잠시 열어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도 차씨 명의로 거래하는 사진이 찍혔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상습범이 아닌지 의심스럽다”(송언석 위원장)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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