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올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나온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 혐의를 받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5일 오전 6시30분쯤부터 오후 5시쯤까지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전광훈 목사,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씨 등 7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랑제일교회와 교회 인근에 위치한 전 목사의 유튜브 채널 ‘전광훈 TV’ 제작 스튜디오, 신씨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신도들이 교회 탄압 중지 손피켓을 들고 묵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전 목사는 지난 1월 18일부터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났던 난동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아 왔다. 전 목사는 1월 18일 광화문 집회에서 “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전 목사를 내란 선전 및 소요 교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 목사는 내란 선동 혐의로도 입건 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4월 경찰은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의 혐의로 전 목사에 대한 통신내역 압수영장을 집행하고, 서부지법 사태 전후 통신 내용을 확보했다. 전 목사의 통신 내용에는 사랑제일교회 신도 외에도 서부지법 난동 사건에 가담한 이들도 포함됐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전 목사와의 연락 내용을 근거로 강제 수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전 목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서부지법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부추긴 정황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윤모(56)씨와 이모(48)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 6개월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난 1일 열린 선고기일에서 이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법원 침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전 목사는 이날 정오쯤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사랑제일교회 앞을 찾아 "서부 사태와 나는 전혀 관계 없다"며 "그럼에도 내가 압수수색을 당해줬다. 집에 있는 것을 다 내줬고, 언제든 소환하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애국 운동의 수장으로서, 서부지법 사태로 갇힌 사람들이 60명가량 되던데, 교회를 통해 영치금을 넣어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제일교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6개월 넘게 아무런 조사도 없다가 벌어진 뜬금없는 압수수색”이라며 “교회는 서부지법 사태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경찰이 확보한 통신 내용에 대해서도 중앙일보에 “1월 18일과 19일 통신내역에 관련 인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당시 TF를 꾸려 조사했을 경우 이미 파악됐을 사안”이라며 “그 시점에 중요하지 않았던 통화 내역이 수개월이 지나 갑자기 압수수색 사유로 둔갑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사랑제일교회 앞에 집결한 신도 등 100여 명은 “교회 탄압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경찰에 항의했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2020년 주택 재개발정비사업으로 수차례 시도됐던 법원의 명도집행(법원 명령에 따라 거주자를 내보내는 것)에 화염병과 쇠파이프 등을 동원해 저항하며 결국 법원 집행을 무산시킨 바 있으나 이날 압수수색은 큰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