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 3위 현대차와 6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한다. 공급망 협업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7일 GM과 공동 개발할 첫 5개 차량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소형 픽업·소형 승용·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공동 개발한 차량은 2028년부터 출시된다. 양사는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공동개발 세부 내용을 조율해왔다.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가 포괄적 협력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와 GM은 공동개발 차량 양산체제가 구축되면 연간 80만 대 이상을 생산·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중남미 시장에선 원가 절감과 제품 다양성 확보가 관건이라, 공동 개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양사는 플랫폼 공유, 부품 공동 구매, 물류 통합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자연스럽게 현지 생산도 확대돼 자동차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 개발에서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 및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맡는다. GM은 픽업 트럭에서, 현대차는 소형 세단과 SUV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각사가 잘하는 차종에 주도권을 갖고 개발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회사는 자본 및 효율성 측면에서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호 보완성을 갖추고 있다"며 "협업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파트너십의 이점을 키울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개발한 차량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는 내·외장을 각자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롭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현대차, 기아가 각각 아이오닉5, EV6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대차와 GM이 차량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서는 건 원가 절감이 가장 큰 이유다.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차량용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도 원가 상승 부담이 커졌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이 8282억원에 달했고, GM 역시 같은 기간 자동차 관세로 여파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이상 영업이익이 줄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두 회사는 차량 플랫폼을 공동 개발로,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플랫폼 개발비의 절반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부품 구매와 물류에서도 양사는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중남미·북미 지역에서 원자재·부품 공동 조달, 물류 협력, 탄소 저감용 강판 공동 개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협업의 가장 큰 목적은 원가 절감”이라며 “관세로 인한 차값 상승과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GM은 이번 차량 공동 개발 외에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내연 기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반에 걸쳐 협업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GM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더 나은 가치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프로그램 발표는 양사 전략적 협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 글로벌 구매 및 공급망 부문 최고 책임자인 실판 아민 수석 부사장은 “GM과 현대차는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보다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공동 개발하는 첫 번째 차량은 양사가 보유한 상호 보완적 강점과 스케일의 시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