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 “반도체 100% 관세” 한국·대만 “우린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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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미국 공장에서 애플 아이폰용 핵심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은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둘 다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한날한시에 공표한 정보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와 집적 회로에 100%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미국에서 생산을 진행하거나 약속한 기업은 제외”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對美) 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다.

이날 애플은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협력해 전 세계 어디서도 사용된 적이 없는, 혁신적인 칩 제조 신기술을 선보인다”며 “이 시설은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아이폰용 CMOS(금속 산화막 반도체) 이미지센서(CIS)를 공급할 것으로 본다. CIS는 카메라의 성능·화질을 높여 주는 ‘스마트폰의 눈’ 격인 반도체다. 그동안은 소니가 일본에서 생산한 CIS를 애플에 독점 공급해 왔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코닝, 브로드컴, 삼성 같은 애플 공급사들도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전날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다음 주 정도”라고 말했었다.

7일 한국·대만 정부는 나란히 “우리 반도체는 ‘100%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대만 TSMC는 애리조나에 이미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어 운영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테슬라로부터 23조원어치 첨단 반도체 주문을 수주했다. 미국 빅테크의 반도체 주문을 놓고 한국과 대만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TSMC 모두 애플 칩 생산…트럼프, 투자경쟁 불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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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3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5000억 달러 투자안에서 1000억 달러를 더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4.2%(지난달 기준)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그중 대미 반도체 수출은 약 7.5%로 연간 106억 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부분의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중국(32.8%)·홍콩(18.4%)·대만(15.2%)·베트남(12.7%) 등으로 수출되는 반도체도 조립·가공 등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다. 초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이들 제품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PC 등 완성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SK하이닉스도 “관세에 구매 수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반도체 100% 관세” 발언 이후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7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반도체나 바이오는 최혜국 대우를 인정받기로 했다”며 “(반도체 관세가) 100%가 되건, 200%가 되건 (한국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과 반도체 세율을 15%로 타결했기에, 한국 반도체도 15%를 적용받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날 대통령실도 반도체는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대만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AFP에 따르면 이날 대만 류친칭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은 자국 국회 대상 브리핑에서 “TSMC는 미국에 공장이 있기에 트럼프가 언급한 100% 관세에서 면제된다”고 말했다. TSMC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인 올 3월 1000억 달러의 대미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날 트럼프 발언이 애플의 투자 발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자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미국 내 칩 공급망을 강화하라’는 압박이자, 글로벌 제조사들의 대미 추가 투자를 유치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날 애플은 미국 내 10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와 ‘미국 내 제조 프로그램(AMP·American Manufacturing Program)을 발표했다. 삼성 외에도 TSMC, 코닝, 글로벌웨이퍼스 등과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팀 쿡 CEO는 “AMP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핵심 부품을 생산하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실리콘 생산의 모든 주요 협력사와 함께 미국 내 엔드 투 엔드(end-to end)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발언 이후 삼성전자(+2.47%)와 TSMC(+4.89%) 주가는 전일 대비 모두 올랐지만,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일본 반도체 업계 주가는 반대였다. 도쿄 증시에 상장된 도쿄일렉트론(-2.46%), 디스코(-1.79%) 등은 하락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압박을 더 세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반도체 공급망을 흔드는 요구라 부담이지만 미국 내 수주를 확대할 기회일 수 있다.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은 관세 정책과 맞물려 잇따라 빅테크 수주에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테슬라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삼성 텍사스 팹에서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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