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해 915억원 투자" 의학·공학 벽 허문 美…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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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내에서 의과학자 과정에 따른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Johns Hopkins Medicine

6400만 달러(약 915억원).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의과학자 양성(MD-PhD 과정)에 쏟은 금액이다. NIH의 개미 앨리슨 박사는 “과정 수료자 80%가 의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의 안드레아 콕스 교수는 중앙일보에 “의과학자가 돼도 의학적 발견으로 상당한 보상을 받을 기회가 있다. 무조건 (환자를 보는) 임상의사의 수입이 높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볼티모어에 있는 이 대학에선 임상의사와 의과학 박사, MD-PhD가 한데 섞여 연구하는 모습이 흔하다. 캠퍼스 건물도 병원, 연구동 등이 다 같이 모여있다.

한국이 미국처럼 의료와 과학·공학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 뿌리 깊은 ‘의사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면 최상위권 이과생들의 관심 분야를 융합해줄 의과학 과정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는 바이오·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의대 졸업생의 절대다수는 임상 의사로 직행한다. 진료 대신 혁신적 연구를 끌어줄 의사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반대로 공학 계열에서 의과학자를 배출하기 쉽지 않다. 포스텍·KAIST 대학원 등에서 의과학 과정을 운영하지만, 이를 졸업한다고 의사 면허를 주진 않는다.

김완욱(서울성모병원 연구부원장) 가톨릭 의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여러 부처에서 2019년 이후 MD-PhD 과정 140명을 지원했지만, 의대 전체 졸업생의 1.6% 수준으로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수준인) 3%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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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구실 의자에 주인 없이 걸려 있는 가운. 연합뉴스

때문에 이공계 학생이 의대를 거치는 별도의 의과학자·의공학자 과정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된 뒤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차유진 KAIST 연구교수는 “의학 공부를 하고픈 공대생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 정원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부 과정 공부량이 많은 의사를 고려해 공학대학원 적응을 위한 예비(pre) 공대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욱 교수는 의과학자(MD-PhD)로 가는 ‘투트랙’을 제언했다. 의대생이 의사 면허 취득 후 공대에서 4년간 박사 학위를 따거나, 공대생이 졸업 후 의대 본과를 거쳐 양 대학에서 3년간 박사 과정을 밟는 식이다.

정부 투자부터 현실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주를 연구하는 의사인 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교수는 “별도 의과학자 트랙을 만들어도 경제적 이유로 개원의로 갈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관심 크고 역량 있는 의사의 임상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그만큼을 벌충할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그나마 의과학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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