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與 원로 자리에 '정치 무당' 김어준..."트…
-
2회 연결
본문

2012년 10월 25일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 ‘원탁회의’ 기자회견 후 함세웅 신부, 백낙청 교수,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왼쪽부터). [중앙포토]
‘딴지 총수’에서 ‘정치 무당’까지 방송인 김어준씨를 지칭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현재 집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정치 무당 김어준』에서 “민주당은 지독한 ‘김어준 중독’ 현상을 보였으며 민주당 일부 인사는 낯 뜨거운 ‘김어준 찬양가’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의 영향력은 2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삼 주목을 받게 됐다. “김어준씨 쪽 지지층은 정청래 의원을 미는 성향이 강하고 이재명 대통령 쪽 지지층은 박찬대 의원을 지지하는 쪽으로 섰다”(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는 관전평이 나오는 가운데 정 대표가 압승하면서다(61.7%). 당 주류에서 “과장된 해석”이라고 일축하지만, 정청래 대표가 당선 후 가장 먼저 한 인터뷰가 김씨의 유튜브에서였다. 정치권에선 “과거 원탁회의가 맡았던 장외 사령탑 역할이 김어준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제22대 총선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자들이 나온 김어준 유튜브 ‘다스뵈이다’ 썸네일. [중앙포토]
원탁회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박재승 전 변협 회장 등이 2011년 7월 26일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라고 출범시킨 단체다. 원탁회의 출범식에는 문재인·이해찬 상임고문과 문성근 대표 등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원탁회의는 2012년 대선을 비롯해 민주당의 주요 국면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문재인 당시 고문이 2012년 대선의 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선 과정이 대표적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사실상 민주당 측을 대리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했던 것도 이들이었다.
백 명예교수는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곽노현·박명기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 중재자로 참여해 곽 전 교육감 당선에 기여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들이 막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 등에서 활동했던 경력과 영향력 덕분”이라며 “이를 매개로 민주당과 야권 성향 단체들을 엮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동가에 가깝다는 평이다. 그의 주장은 맞을 때도 있지만, 허구로 드러나는 음모론도 상당수다. 천안함 폭침설, 윤미향 전 의원을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배후설, 계엄령 후 한동훈 암살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김씨는 과거 원탁회의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그의 방송에 수십 명의 민주당 후보들이 출연했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선거 때 후보가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 좀 시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원탁회의와 달리 진보 정당에 대해서 우호적이진 않다. 과거 원탁회의가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후보를 내도록 유도한 것과 달리 김씨는 민주당의 승리에 집중하는 쪽이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xxx
과거 원탁회의는 명사들로 구성됐지만, 대중적 영향력은 한계가 있었다. 자신들의 권위로 주요 정치인들을 설득해내는 방식이었다. 반면 김씨는 접촉면을 대폭 확장해 대중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강성 지지층과 팬덤을 장악했다”(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고 본다.
그가 기획해 6월 말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더파워풀 콘서트’가 좋은 예다. 민주당 지지층을 위한 이벤트로 1만5000여 석이 이틀간 매진됐다. 여기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당시 후보자), 정청래 대표(당시 당 대표 후보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참석했다. 김씨는 이 행사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에게 “이(재명) 대통령 보면 저 대법관 좀 시켜달라고 전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지사는 “꼭 전해드리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안을 내자 야권에서 ‘김어준 대법관론’으로 비판한 것을 조롱한 셈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예전에 원탁회의 인사들이 이런 발언을 했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지금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오히려 즐긴다. 민주당 인사들이 동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탁회의 인사들이 진보 어젠다를 내세우며 때로는 민주당에 비판적 지지를 표명했다면, 김씨는 ‘무이념·몰가치·무조건 민주당’이다. 양극화된 정치구도에서 ‘승리’는 지지층을 만족시키는 최대 명분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퇴시켜야 할 만큼의 사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도 대표 당선 후 강 의원을 공개 위로했다.
민주당에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해주던 원탁회의는 이제 정치적 시야에서 사라지고 김어준씨만 보인다. 왜일까.
김대진 대표는 “시대와 민주당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문 전 대통령 시대 이후 민주당은 수백만 명의 당원을 확보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당원중심주의’를 앞세우기 때문에 더는 (원로를 앞세우는) 이런 전략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당 같았으면, 계엄령 직후나 대선 때 원탁회의와 자주 접촉하고 이런 모습을 선전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초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주목받은 김씨는 교통방송(TBS)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222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김어준은 개인이지만, 유튜브와 SNS를 통해 민주당 지지층이 어젠다 선점이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언론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층에게 폭스TV과 같은 위상”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장차 여권 내 파워브로커가 될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통합진보당 등 민주당과 경쟁하는 정치활동을 하면서 영향력을 점차 상실했지만, 김어준은 (정치를 안 해) 계속해서 ‘우리 편’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도 “현재 권력과 불화했다가는 이 대통령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 다만, ‘포스트 이재명’ 경쟁이 시작될 경우 후견인 역할은 욕심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