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권노갑, 조국에 "옥중 시간 공부에 쓰라…복수하려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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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8일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왼쪽에서 두번째)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등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옥중에 있는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시라. 누구를 미워하거나 복수하려 하지 말라.”
‘동교동계 맏형’으로 불리는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달 8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된 서울남부교도소를 찾아 한 말이다. 권 고문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해 40년 넘게 DJ 곁을 지킨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권 고문 측은 8일 중앙일보에 “권 고문이 정대철 헌정회장과 함께 조 전 대표를 면회하며 여러 조언을 건넸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이 자리에서 조 전 대표에게 “옥중에 있는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라”고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구를 미워하거나 복수하려 하지 말라”는 조언도 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혁신당을 포함한 범여권에선 조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집중 수사를 받은 것에 대해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하거나 “멸문지화” 등의 표현을 쓰며 반감을 드러내 왔다. 권 고문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증오와 복수를 멀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권 고문이 보내준 DJ의 책 『옥중서신』을 언급했다고 한다.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위대한 사람인지 새삼 느꼈다”면서였다. 『옥중서신』은 정치범으로 긴 수감 생활을 했던 DJ가 평생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지인 이희호 여사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던 조 전 대표의 말에 대한 권 고문의 대답은 “당신은 이미 법학 박사이니 이제 법 공부는 그만해도 된다”는 거였다. “대신 경제와 복지를 공부해라. 이념형 인간이 아니라 실용형 인간이 돼라”고도 했다고 권 고문 측은 전했다.
권 고문이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조 전 대표를 직접 찾아가 덕담한 건 그 자체로 범여권 통합의 상징이라는 평가다. 권 고문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 동교동계 인사들을 이끌고 50여년 몸담아온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호남을 홀대한다는 ‘호남 홀대론’이 강하게 제기되던 때였다. 당시 권 고문은 문 전 대통령에게 사퇴를 권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자 “60년 정통 야당을 지키기 위해 더 애쓸 수 없었느냐”는 공개 발언을 남기고 당을 떠났었다.
권 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복당했지만, 여전히 친문계와는 긴장 관계라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DJ 좌장 권 고문이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복당한 뒤 친문 핵심 조국까지 찾아가 덕담한 건 범여권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7일 이재명 정부 첫 8·15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를 통과해 사면·복권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범여권에선 벌써부터 조 전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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