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부통령이 푹 빠졌다…美 '마가' 진영 스승 된 佛철학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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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 핏스턴에서 열린 JD 밴스 부통령 연설 현장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가 성조기 위에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문화평론가이자 철학자인 르네 지라르가 미국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스승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독일 슈피겔은 “미국 정치의 당혹스러운 특징 중 하나는 프랑스의 종교 철학자를 (자신들의) 주요 사상가로 선언한다는 것”이라며 “지라르의 학문적 연구가 조악한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과 기이한 연대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라르 사상이 어떻게 마가 진영에서 재평가를 받게 된 걸까.

프랑스의 문화평론가 겸 철학자인 르네 지라르.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2인자인 JD 밴스 부통령이 연결고리다. 밴스가 지라르의 ‘모방 욕망’과 ‘희생양 메커니즘’을 자신의 신앙과 정치적 세계관의 토대로 삼으면서 지라르의 이론이 미국 우파 진영의 교범으로 떠올랐다. 지라르는 1973년 출간한『희생양』에서 인류는 구성원의 모방 욕망으로 인한 갈등과 폭력으로 위기에 놓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고한 약자와 소수자를 희생양 삼아 위기를 벗어나 왔다고 주장했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운데)가 지난 2016년 12월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밴스는 트럼프를 오랫동안 후원한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인 피터 틸로부터 지라르의 이론을 처음 접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틸은 지라르의 제자로서 그의 추종자를 자처해왔다. 모방 욕망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밴스는 틸을 통해 지라르 사상에 빠졌다. 2016년 대선 시절 트럼프를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던 밴스는 지라르를 접한 뒤 트럼프 지지자로 변모했다. “희생양 삼는 것을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지난 2020년 가톨릭으로 개종까지 했다. 이후 마가 지원에 힘입어 2022년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 선거에서 당선되며 부통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폭스뉴스 캡처
마가 진영이 지라르에 호응한 건 그의 희생양 메커니즘이 기독교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지라르는 희생양을 자처한 예수가 폭력의 악순환을 드러낸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수를 모방해야 희생양 메커니즘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독교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조지 던 인디애나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종교를 인간 갈등의 억제 수단으로 강조하는 태도가 종교적 전통주의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캔슬 컬처(cancel culture·취소 문화)’를 비판하는 우파 진영의 논리 근거로도 활용됐다. ‘정치적 올바름(PC)’을 위반한 기업이나 개인을 집단으로 비판하고 배척하는 캔슬 컬쳐를 특정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라르의 이론이 이민자 배척을 지지하는 밴스와 마가 진영의 교범이 된 것이 ‘아이러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밴스는 과거 ‘미국 국민의 고통에 주목하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아이티 이민자가 이웃의 애완동물을 먹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옹호했다”며 “지라르를 희생양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도 “혁신가가 되려고 하는 틸과 밴스의 모방적 욕망을 드러낼 뿐”이라며 “지라르와 실질적인 연관성은 없고 정서적인 연관성만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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