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타벅스, 제대로 위협 느꼈다"…맨해튼 한복판 美·中 커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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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커피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와 ‘러킨 커피(瑞幸ㆍ중국명 루이싱 커피)’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앞다퉈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미국 커피 시장에서 미·중이 치열하게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란 예상이다.

스타벅스와 러킨 커피 로고. 홈페이지 캡쳐.

주미 중국 대사관이 지난달 5일(현지시간)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러킨 커피 1호점이 문을 연 것을 축하하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주미 중국 대사관 엑스 캡처.
러킨 커피가 뉴욕대 인근 그리니치 빌리지와 첼시 북부 지역에 미국 내 1·2호점을 동시 개점한건 지난 6월 30일이다.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러킨 커피 1호점 맞은편 건물 1층이 스타벅스 관련 광고로 도배됐다. 인근 지하철역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도 스타벅스 광고가 송출된다. 러킨 커피 1호점을 드나드는 고객들은 자연스레 스타벅스 광고에 노출되는 셈이다.
FT는 이를 두고 “스타벅스가 경쟁자의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스타벅스가 2년 전 러킨 커피에 중국 최대 커피프랜차이즈 자리를 내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4일 베이징의 한 러킨 커피 매장에서 배달 기사가 중국 백주 브랜드 귀주마오타이와 협력해 출시한 제품을 수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7년 설립된 러킨 커피는 지난 2023년 2분기 기준 62억 140만 위안(약1조1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내 최대 커피 체인으로 부상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2017년 40%를 넘었던 스타벅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로 떨어졌다. 중국 내 매장 수도 올해 2분기 기준 러킨 커피는 2만 곳을 넘어섰다. 1999년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7000여 곳으로 러킨 커피의 절반에 못 미친다.
테이크 아웃 중심인 러킨 커피는 저렴한 가격에 파격적인 할인 혜택 등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러킨 커피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면 무료 음료 쿠폰은 물론이고 30~50% 할인 쿠폰이 수시로 발행된다. 러킨 커피의 미국 1호점 매장 바깥에도 앱 다운로드용 QR코드와 함께 신규 고객에게는 1.99달러(약2700원)에 음료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러킨 커피는 전용 앱을 통해 주문부터 커피 수령이 모두 3~5분안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타벅스 내부에 고객들이 앉아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전세계에 약 4만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6분기 연속 매출 감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미국 내 좌석이 없는 모바일 주문 전용 매장 80~90곳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등 러킨 커피와는 오히려 정반대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런 형태는 지나치게 ‘거래 중심적’”이라며 “스타벅스 브랜드를 정의하는 따뜻함과 인간적인 연결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에 FT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미국 내 각 매장마다 15만 달러(약 2억원)를 들여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고 손님들의 체류 시간을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스타벅스와 모바일에 기반한 서비스로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러킨 커피의 경쟁은 앞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러킨 커피의 미국 내 2호점 카운터에 ‘00002’라는 번호가 적혀져 있는 것으로 보아 러킨 커피가 향후 빠르게 미국 내에서 매장 수를 늘려갈 것이란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5일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러킨 커피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할인율이 점차 완화된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12~18개월 안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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