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 데뷔 소식을 메인 화면에 올린 MLS 홈페이지. [사진 MLS 홈페이지 캡처]

“강렬한 데뷔. 손흥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10일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손흥민(33)으로 장식하며 “LAFC 입단 사흘 만에 아시아 최고 축구스타가 시카고의 만원 관중 앞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눈 깜짝할 새에 ‘바람의 도시’ 시카고로 향한 그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원정 팬들은 엄청난 함성을 보냈고, 어떤 팬들은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날 일리노이주 브리지뷰의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파이어와 MLS 원정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16분 교체 투입됐다. 지난 7일 LAFC에 입단한 3일 만인데 경기 전날 발급이 완료돼 출전이 가능했다.

1-2로 뒤진 후반 31분 역습 찬스에서 나탄 오르다스가 침투 패스를 찔러주자 손흥민은 상대 선수 2명 사이로 ‘폭풍 질주’했다. 페널티 박스에서 뒤따라온 카를로스 테란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비디오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후반 36분 키커로 나선 드니 부앙가가 성공해 LAFC는 2-2로 비겨 서부 콘퍼런스 5위(10승7무6패)로 한 계단 올라섰다.

LAFC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왼쪽). [로이터=연합뉴스]

LAFC는 직선적인 역습을 펼쳤다. 손흥민은 왼쪽 윙어 대신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로 나서 측면까지 폭넓게 움직였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움직임에 시카고 선수들은 허둥지둥 했다. 손흥민이 ‘MLS 정복’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에서 손흥민을 얼마나 수퍼스타로 대우하는지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전반에 경기가 조금 늘어진다 싶으면 중계 카메라는 벤치의 손흥민을 원샷으로 잡았고, 중계진은 계속해서 손흥민을 언급했다. 태극기와 한글 응원 피켓을 든 한국 교민도 비췄다. 경기 후 시카고 선수들이 손흥민에게 다가와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 팀 동료 라이언 홀링스헤드는 “손흥민은 불과 20~30분 만에 우리가 해왔던 것과 다른 활약으로, 그를 왜 데려왔는지 증명했다”고 했다.

손흥민은 “좋은 패스를 받아 그냥 뛰었을 뿐이다. 분명 페널티킥이었고,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원정 경기에 야유를 받는데, 이렇게 (원정에서) 환영을 받는 건 처음”이라며 웃었다.

미국 프론트 오피스 스포츠에 따르면 손흥민이 입단 직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MLS 유니폼 판매량 전체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동부 보스턴 인근의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로 날아가 17일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을 상대한다.

LAFC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토트넘에서 10년간 뛴 손흥민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박지성이 2005년 맨유에 입단한 이래 EPL은 20년 만에 한국선수가 ‘0명’으로 전멸 위기다. 지난 시즌 2골에 그친 울버햄프턴 황희찬(29)은 챔피언십(2부) 버밍엄시티로 떠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토트넘 양민혁(19)은 챔피언십 포츠머스, 브라이턴 윤도영(19)은 엑셀시오르(네덜란드), 브렌트포드 김지수(21)는 카이저슬라우테른(독일)으로 임대를 떠났다. 뉴캐슬 윙어 박승수(18) 정도만 9일 에스파뇰과 친선 경기에 깜짝 선발 출전해 63분간 특유의 드리블을 선보이면서, 1군 잔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울버햄프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황희찬. [로이터=연합뉴스]

OTT 쿠팡플레이는 올 시즌 EPL 독점 중계권료로 약 700억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 선수가 뛰지 않는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조적으로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엔도 와타루(리버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탈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다카이 고타(토트넘) 등 일본 선수 5명이 올 시즌 EPL 무대를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