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美에 HBM 제재 완화 요구"…삼성∙SK에겐 기회이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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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 상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미-중 무역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 세계 HBM의 80%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중국 수출을 늘릴 기회이지만, ‘중국의 HBM 자립’이라는 잠재적 위험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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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쇼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 모형. AP=연합뉴스

9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HBM 대중(對中) 수출 제재를 완화해달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3개월간 세 차례 무역 회담을 가졌는데, 허리펑 중국 부총리 팀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팀에게 HBM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수출 통제를 완화할 의향이 있다는 징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HBM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인공지능(AI) 연산 가속기에 내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SK하이닉스(62%)와 마이크론(21%), 삼성전자(17%)가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최신 AI 가속기는 HBM의 용량·대역폭에 따라 성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 성능을 빠르게 올리고 있지만, 아직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메모리 기업은 최신 세대 HBM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중국 AI의 병목인 HBM을 틀어막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모든 HBM과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한국 HBM·장비의 중국 수출길도 막혔다.

이는 특히 삼성전자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HBM 대중 제재 발효 후 삼성전자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05%(2024년)에서 23.26%(2025년 1분기)로 급감했다.

미국 내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FT는 익명의 워싱턴 전문가를 인용해 “HBM 규제 완화는 중국이 AI 칩을 대량 생산하도록 화웨이에 선물을 주는 격”이라고 보도했다.

HBM 대중 제재가 완화되면 한국 메모리 업계에 즉각적 호재이지만, 위험 요소도 있다. HBM과 함께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이 허용되면, 중국 업체의 HBM 자립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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