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결말 바꾼 게 신의 한 수…웹툰 영화화 모범 사례 된 '좀비 딸&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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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비딸'에서 밤순(이정은, 가운데)이 좀비로 변한 손녀 수아(최유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사진 NEW
영화 ‘좀비딸’(필감성 감독)이 개봉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희망적 여운 결말에 관객 호응 #여름 강자 조정석 열연도 한몫 #올해 한국영화 최고흥행작 예약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의 고군분투를 그린 코믹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온 영화는 9일 오후 8시 관객 수 300만을 넘어섰다.

영화 '좀비딸'의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맹훈련을 시킨다. 사진 NEW

영화 '좀비딸'에서 좀비로 변해버린 딸 수아(최유리). 사진 NEW
올해 3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3일), ‘야당’(27일), ‘F1 더 무비’(40일), ‘미키17’(39일)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흥행세다. '야당'(337만 관객)을 제치고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400만을 넘어 500만 관객 동원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믹한 설정에 따뜻한 가족애를 절묘하게 버무려 세대 별로 고른 호응을 이끌어낸 게 흥행의 원동력이란 분석이다. CGV 예매 관객 분석에 따르면, ‘좀비딸’의 연령대 별 관람객은 20대 23%, 30대 23%, 40대 33%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40대 관객 비율이 가장 높다는 건, 가족 관객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홍보마케팅 관계자도 "무대 인사를 돌다 보면, 가족 관객이 눈에 많이 띈다"며 "12세 이상 관람가에 가족애를 담은 영화라서 3대가 함께 관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영화 '좀비딸'의 밤순(이정은)은 좀비로 변한 손녀 수아(최유리)가 입질을 할 때마다 효자 손으로 내려 친다. 사진 NEW

영화 '좀비딸'의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맹훈련을 시킨다. 사진 NEW
동명 원작 웹툰의 비극적 엔딩을 희망적 여운의 열린 결말로 바꾼 것이 흥행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제작사인 스튜디오N의 권미경 대표는 "원작자인 이윤창 작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엔딩을 바꿔도 될까요'라고 물었는데 이 작가가 흔쾌히 동의해줬다"면서 "원작자, 제작자, 감독 모두 희망적 여운의 엔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엔딩을 바꾼 데는 투자배급사 NEW의 시행착오도 영향을 미쳤다. NEW는 2018년 말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전쟁 포로들이 댄스팀을 결성하는 내용의 텐트폴 영화 '스윙키즈'(강형철 감독)를 개봉했는데, 비극적 결말 탓에 관객 수가 147만에 그치는 흥행 실패를 맛봤다.
NEW 관계자는 "가족 관객을 끌어모아야 하는 텐트폴 영화에서 새드 엔딩은 관객에 허무감을 안겨줘 흥행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영화 '좀비딸'의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사람으로 돌려놓기 위해 온갖 훈련을 시키는 등 고군분투한다. 사진 NEW

영화 '좀비딸'에서 좀비로 변한 사춘기 딸 수아(최유리). 사진 NEW
원작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각색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설정과 등장 인물이 바뀌거나 빠졌지만, 가족애라는 핵심 주제는 고스란히 가져왔다. 원작의 핵심 세계관과 주제 의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원작 팬들의 비난 속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웹툰, 웹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생략과 변용은 불가피하지만, 원작이 사랑받은 핵심 요소까지 바꿔선 안된다"면서 "원작에 대한 존중이란 면에서 '좀비딸'은 웹툰 영화화의 모범 사례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석의 열연 또한 흥행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필 감독이 조정석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등 제작진은 조정석 이외의 대안은 생각지도 않았다. 아빠가 된 조정석 또한 부성애가 부각되는 이 작품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정한 딸 바보 아빠의 면모는 물론, 노모·친구와 허물없이 지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 등 특유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펼치며 뭉클한 부성애를 표현해냈다. 위트와 페이소스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든 그는 ‘엑시트’(2019, 942만명), ‘파일럿’(2024, 471만명)에 이어 ‘좀비딸’까지 흥행시키며 여름 흥행 최강자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원작에 없는 보아의 히트곡 '넘버 원'을 삽입한 것도 가족애 코드를 강화하는 '킥'으로 작용했다. 수아가 연습하는 '넘버 원' 안무는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보아의 팬으로서 이 노래를 선택한 필 감독은 "'너는 아직도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라는 가사가 영화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며 "2000년대 초반 히트곡이 폭 넓은 연령대에 어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괴물로 치부돼 온 좀비를 공존해야 할 존재로 보는 시선 또한 극단적 분열과 대립의 시대에 울림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정환의 직업을 원작의 프리랜서 번역가에서 맹수훈련사로 바꾼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좀비가 된 수아는 말썽 부리는 자식, 반려 동물, 사회적 타자 등으로 바꿔 해석할 수 있다"면서 "그런 존재를 똑같은 인간으로 대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훈련시키고, 포용하는 모습에 다들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묘 애용이의 비중이 높은 건, 수아가 함께 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반려 동물 같은 존재라는 걸 부각시키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영화 '좀비딸'의 신스틸러 애용이. 사진 NEW

영화 '좀비딸'의 신스틸러 애용이. 사진 NEW
신스틸러로 활약한 애용이(실제 이름 '금동이')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는데, 연기를 워낙 잘해서 일부 표정 변화를 제외하곤 CG(컴퓨터그래픽)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애묘인인 필 감독은 "애용이는 작품의 정서를 좌우하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애초에 CG 캐릭터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낯선 장소에서 당당하게 배를 까고 누워버리는 모습에서 '이 녀석이구나' 직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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