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관세협상 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지지 요구하려 했다”

본문

17548428216505.jpg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사령부]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당시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태세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성명을 한국 정부가 발표토록 요구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주한미군 태세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을 대북 억제뿐 아니라, 대중국 견제로 그 용도를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안보·정치와 관련해 다른 나라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활용하려 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미 합의 초기 초안’을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미 정부는 ‘대북 억제를 계속하는 동시에 대중국 억제를 더 잘하기 위한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안을 검토했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북한의 침공을 막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불안 등 중국의 정치·군사적 부상을 억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또한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기를 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또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방안 역시 검토했다고 한다.

이번 초안은 한·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요구할 사항들을 미국의 각 정부 부처가 제기한 것을 모은 것이다. 다만 지난달 30일 한·미 정부의 관세 합의 발표에 안보 관련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관세 협상 논의는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논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WP 보도에 비춰보면 미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국방비 인상에 명시적인 동의를 밝힐 것을 원한다는 정황이 파악된다.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구체화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미 국방부 킹슬리 윌슨 대변인은 전날 ‘한·미 동맹 현대화의 의미’에 대한 언론 질의에 “동맹의 현대화에는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의 연합 (방위) 태세를 적응시키고, 상호 운용성을 심화하며, 전 영역(육·해·공·사이버 등)에 걸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답했다.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억지력 확보’는 한·미 동맹의 목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힘으로 현상 변경을 할 경우에 대응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말로 풀이된다. 윌슨 대변인은 “(한·미 동맹의) 주된 초점은 여전히 북한의 공세를 억제하는 데 있지만 우리는 보다 넓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함에 있어 공동의 안보 우선순위를 연결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가 이번 관세 협상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려 한 정황은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캄보디아의 한 해군기지에 대한 미 군함 방문 및 현지 훈련 허용 요구, 이스라엘 내 한 중국 기업의 항구 소유권 박탈 요구는 물론이고 호주 북부 다윈항에서 중국 기업이 항구 운영 관련 장기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한 우려 등도 포함됐다. WP는 “트럼프 미 행정부 관계자 일부는 무역 협상으로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보도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35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