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용한 가족인데…" 3명 숨진 불탄 집, 현관은 가구로 막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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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화재로 불이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대구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 11일 오전 화단에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11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 전날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아파트다. 입구 화단에는 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었다. 가족 중 어머니 A씨(47)가 추락한 상태로 발견된 곳이다.
화재가 발생한 11층에는 아직도 탄 내가 진동했다. 복도식 구조로, 11층에는 5세대가 있다. 불이 난 집 창문은 깨진 상태였고 집 앞 복도에는 서랍장 등 작은 가구들이 쌓여 있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을 때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는데, 입구가 작은 가구들로 막혀있었다고 한다.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화재로 불이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대구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 집 앞에 서랍장 등 작은 가구들이 쌓여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입구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사건이 발생하고 아파트 주민들끼리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 가족과 친분 있는 이웃이 전혀 없었다”며 “정말 조용히 지냈던 가족이었던 거 같은데 무슨 연유로 3명이나 사망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11층에 거주하는 다른 이웃도 “그날 부모님만 집에 계셨는데 불이 크게 났지만, 무사히 대피하셨다고 했다”며 “불이 난 집의 자세한 사정은 부모님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머니 A씨와 자녀인 B군(13), C양(11)이 숨졌다. 어머니는 화단에 떨어진 채로, 자녀들은 안방에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대구소방본부는 소방차 29대와 대원 78명을 투입해 신고가 접수된 지 19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이 불로 주민 3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을 입었으며 20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화재로 불이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대구 동구 신천동의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집 창문이 깨져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경찰에 따르면 자녀들의 아버지는 당시 근무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다고 한다.
대구 동부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을 11일 진행한다. 사망 원인이 화재나 추락인지, 외력 등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인지 규명하기 위해서다. 기도 손상이나 독극물 중독 여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사망자들에게 별다른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감식은 전날 진행됐다. 이 때 아파트 현관문 잠금장치(도어락)에 건전지가 일부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돼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문을 강제로 열면서 훼손된 것인지 여부를 파악 중이다. 발견된 유서는 없었다. 또 현재로써 A씨의 정확한 추락 시점 등을 확인할 폐쇄회로TV(CCTV)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오후 경찰이 아파트 주변을 통제한 뒤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불이 난 아파트 현관 출입문 잠금장치(도어락)에 건전지 일부가 빠져 있다. 뉴스1
경찰은 방화·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은 안방과 주방, 거실 2곳 등 총 4곳의 발화지점을 확인했다. 이 발화지점에서는 다량의 양초와 성냥이 발견됐다. 또 아파트 내부 발화지점 주변에 노끈으로 묶은 서적 수십 개 등 인화성 물건들도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동구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집은 숨진 A씨의 가족 소유로 파악됐다.
한편 불이 난 아파트는 1998년 사용 승인된 곳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소방법 시행령에는 지하층을 제외한 층수가 16층 이상 아파트의 16층 이상 층부터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화재가 발생한 집은 17층짜리 아파트의 11층이다.
대구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사건 경위는 이날 이뤄지는 부검과 전날 진행한 현장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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