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급 외국인 에이스들이 맞붙는 '광속구 빅 매치'가 성사됐다. 올해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는 코디 폰세(31·한화 이글스)와 시즌 도중 가세해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알렉 감보아(28·롯데 자이언츠)가 처음으로 같은 날, 같은 마운드에 오른다.

한화 코디 폰세.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 코디 폰세. 사진 한화 이글스

폰세와 감보아는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 롯데의 시즌 11번째 맞대결에 양 팀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둘은 올해 KBO리그를 뒤흔든 '구속 혁명'의 선두 주자들이다. 둘 다 최고 시속 158~159㎞를 찍었고, 직구 평균 구속도 시속 153㎞대에 이른다. 미사일처럼 빠르고 묵직한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힘 대 힘'의 진검승부가 곧 펼쳐진다.

폰세는 올 시즌 명실상부한 최고 투수다. 22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무패, 평균자책점 1.69, 탈삼진 193개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유일한 1점대고, 탈삼진은 2위 드루 앤더슨(SSG 랜더스·182개)와 11개 차다. 패전이 없으니 승률도 1.000으로 1위. KBO가 공식 시상하는 6개 부문 중 선발투수가 받을 수 없는 홀드와 세이브만 빼고 모두 1위다. 장외 기록도 마찬가지다. 투수의 경기 지배력을 보여주는 WHIP(이닝당 출루허용·0.87)와 피안타율(0.188), 피OPS(출루율+장타율·0.498) 모두 리그 선두다. 투구 이닝(138과 3분의 1이닝)도 2위로 톱클래스. 올해를 넘어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폰세는 이번 등판에서 새 역사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 6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시즌 14승째를 올려 2023년 정민태와 2017년 헥터 노에시가 작성한 개막 최다 연승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이번 등판에서 15승 고지에 올라서면, KBO리그 신기록을 쓰게 된다. 또 폰세가 이날 탈삼진 7개 이상을 추가하면, 23경기 만에 200탈삼진을 돌파해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을 갈아치운다. 현재 기록은 2021년 아리엘 미란다가 남긴 25경기다. 폰세는 올 시즌 경기 평균 8.8개의 삼진을 잡았다.

롯데 알렉 감보아.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 알렉 감보아. 사진 롯데 자이언츠

그 길목에서 맞닥뜨린 감보아는 만만치 않은 강적이다. 감보아는 찰리 반즈의 대체 선수로 롯데와 계약해 지난 5월 말 KBO리그에 왔다. 팀이 이미 55경기를 소화한 시점에 데뷔했는데도 벌써 11경기에서 7승(3패)과 탈삼진 75개를 쌓아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2.14. 출발이 늦어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을 뿐, 현재 평균자책점 2위인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2.38)보다 좋은 기록이다.

무엇보다 감보아는 왼손투수인데도 올해 최고 시속 157.8㎞를 기록한 '좌완 특급'이다. 11일까지 올 시즌 최고 구속 톱10 안에 든 투수 중 좌완은 감보아가 유일하다. KBO가 투구 측정 장비를 공식 도입한 2011년 이후 역대 왼손투수 최고 구속이기도 하다. 당초 롯데는 이날 새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를 내보낼 계획이었지만, 김태형 감독이 "시차 적응 등 컨디션 조절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등판일을 재조정했다. 그 결과 폰세와 감보아가 첫날 격돌하게 됐다.

11일까지 기록. 구속은 시속, ㎞ 기준. 사진 KBO

2위 한화와 3위 롯데의 게임 차는 4.5경기. 롯데가 3연전을 다 이겨도 뒤집을 수 없는 격차다. 그래도 두 팀에겐 당면 과제가 있다. 한화는 2경기 차 뒤져 있는 1위 LG를 추격해야 한다. 롯데는 지금 한화와의 간격을 좁혀야 시즌 막판 반전을 노릴 수 있다. 리그 최정상급 두 에이스가 개인과 팀의 목표를 어깨에 짊어지고 출격한다. 다음날(13일)은 라이언 와이스(한화)와 벨라스케즈 차례다.